프레시안에 연재하고 있는 기획물입니다. 오랜 독일생활을 통해서 알게 된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독일사회의 모습을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그러한 독일모델이 급속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양극화, 사회갈등, 정치발전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어떠한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필자주: 조성복)

 

또 정치자금 스캔들…돈 드는 선거 없애려면
선거제도 뜯어 고쳐야

 


소위 '성완종 리스트'에 따른 불법정치자금 사건에 대해 여야 정치권이 성역 없는 수사를 주장하며 정치혁신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의 수사를 통해 우리 정치권이 깨끗해지거나 환골탈태할 것이라고 믿는 유권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조차도 그런 일이 특정 정치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정치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돈 없는 사람이 정치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불법정치자금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둘 중의 하나다. 돈 많이 드는 현실을 인정하고, 미국처럼 합법적으로 보다 많은 정치자금을 모으고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정치를 하는데 돈이 들지 않도록 독일처럼 비례대표제를 확대하고 분권형 대통령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기존의 소선거구 단순다수제 선거제도는 '독일식 비례대표제'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드는 제도이다. 승자와 패자의 차이가 극렬하게 갈리는 승자독식의 제도이기 때문에 후보자 모두 필사적이고, 정당조직이 부실한 상황에서 주로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기 때문에 불투명한 구석이 많고 훨씬 더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반면에 독일식 제도에서는 승자독식이 아니고, 지역구 후보와 시도별 비례대표 후보명단이 당원들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돈이 적게 들고 투명하다. 

 

따라서 돈이 적게 드는 정치를 원한다면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 필수적이다. 작년 10월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조정 결정과 지난 2월 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제도 개정의견 제시에 따라 얼마 전부터 정치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정개특위 인식의 문제점

 

지난 4월 초 정개특위는 첫 번째 공식회의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는 선관위의 개정의견에 대해 다시 보고를 받고, 그에 대한 질의와 논의가 있었다. 이를 통해 선거제도 및 선거구 획정 관련 여야 정개특위 위원들의 의중이 일정 부분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이어서 일주일 후 두 번째 회의에서는 '선거구 획정위원회'를 독립기구로 하는 데 합의하였다. 하지만 그 기구를 선관위 산하에 둘지, 국회의장 직속기구 또는 제3의 독립기구로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하지 못했으며, 또 선거구의 수정권한을 최종적으로 누가 가질지, 획정위원회 구성을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서도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정개특위의 활동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되기는 했지만, 필자가 보기에 몇 가지 중대한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첫째, 특위 위원들의 잘못된 인식의 문제이다. 선거제도를 바꾸거나 선거구를 조정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선관위의 과제가 아니다. 그런데 대다수 위원들은 선관위 제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자기 지역의 이해관계를 드러내는 데에는 열을 올렸지만, 이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의원정수를 확대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오히려 선관위에게 그 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기도 하였다. 이는 적반하장이다.

 

둘째, 선거구 획정위원회를 독립기구화 하더라도 정개특위는 그 위원회의 활동에 앞서 다음 사항들을 결정해야 하는데, 그런 논의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먼저 선거제도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 또 의원정수를 어떻게 할지, 그리고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의석수를 어떤 비율로 나눌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최소한 이 세 가지에 대해서는 특위가 우선적으로 결정을 하고, 이에 근거하여 획정위원회가 선거구를 조정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이러한 기본적인 사항들에 대한 결정을 유보한 체 획정위원회에 이 모든 과제들을 떠넘기게 되면, 설사 이 위원회가 이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놓더라도 논란은 여전히 지속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문제들은 어떤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합의를 통해 결정돼야 하는 것이고, 이는 바로 국회의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생각에는 기존의 선거제도를 '독일식 비례대표제'로 바꾸고(☞관련 기사 :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사표' 없애려면...), 의원정수는 당분간 현행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되, 지역구를 200석,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나누는 것이 장기적으로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물론 전체 의석수를 360~400석 정도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 때문에 현실적으로 그것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여 일단은 그대로 두고, 향후 기회가 되면 비례대표를 늘려갔으면 한다.

 

거듭 말하지만 선거구를 1:2 인 구기준에 따라 조정하는 것은 미봉책이며, 인구 25만 명 당 1석으로 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타당한 방안이다. 그것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미 많은 선거구의 인구수가 이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며(☞관련 기사 : 국회의원 지역구 의석, 이렇게 줄이자 / 인천시, 지역구 국회의원 1명은 줄어들지만.../ 인구차이 170만인데, 국회의원 수는 18명 더 많다?), 또 헌재 결정에 따라 선거구들을 조정하는 것보다 실질적으로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 조성복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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