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에 연재하고 있는 기획물입니다. 오랜 독일생활을 통해서 알게 된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독일사회의 모습을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그러한 독일모델이 급속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양극화, 사회갈등, 정치발전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어떠한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필자주: 조성복)

지역구 국회의원, 오히려 줄여야 한다…왜?
독일의 선거제도 ⑥ 선거구 획정문제 (1)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가 현행 선거구 획정이 지역구별 인구격차 때문에 헌법에 불합치하다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이 문제가 정치권의 화두로 등장했다. 판결의 주요내용은 선거구 간 인구비율을 기존의 1:3 (10만 3469명 : 31만 406명)에서 1:2 (13만 8984명 : 27만 7966명)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유권자의 평등권을 보장하거나 표의 등가성을 높이기 위해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똑같은 의미에서 여전히 결정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비록 인구 10만과 30만 명의 격차를 14만과 28만 명의 차이로 줄이게 되겠지만, 여전히 2배의 격차는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이는 헌재의 요구를 수용하더라도 많은 유권자들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신의 권리를 절반밖에 행사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 이 문제를 다시 헌재에 제소하게 되면, 또 다시 1:1.5 하는 식으로 선거구를 재조정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헌재의 결정은 제대로 된 해결책이 아니라 미봉책에 불과하다.

 

지역구 간 인구격차 문제에 더하여 현재 우리의 선거제도(소선거구 단순다수제)는 당선자를 찍지 않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모두 사표로 만들어버리는, 어쩌면 선거구 획정보다도 더 큰 결함을 가지고 있다. 이것 또한 유권자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문제이나 거대양당의 무관심으로 그동안 계속해서 방치되어 왔다. 따라서 선거구 획정문제와 더불어 유권자의 의사가 의석수에 그대로 반영되는 '독일식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시급한 상황이다. (☞관련기사 : 독일식 선거제도, 새누리당에 결코 불리하지 않다)

 

여기서는 독일의 선거구 획정방식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토대로 임시방편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선거구 획정방안을 모색해 보겠다. 이어서 그 방안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공직선거법이 어떻게 개정되어야 하는지, 또 그것을 적용했을 때 현행 246개 지역선거구들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순차적으로 살펴보겠다. 

 

독일의 선거구 획정방식 

 

독일은 연방선거법 3조에 따라 선거구 획정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기본원칙을 가지고 있다. 선거구 획정은 주(州)경계를 준수해야 하며, 각 주의 선거구 수는 반드시 그 인구 비중과 일치해야 한다. 비례대표 의석수도 이와 동일한 원칙을 적용받는다. 

각 선거구의 인구수는 전체 선거구 평균인구수의 ±15%를 유지해야 하며, 25%이상 차이가 날 경우에는 선거구를 재획정해야 한다. 또 선거구는 서로 연관된 지역으로 구성되어야 하고, 시·군·구(읍·면·동) 경계는 가능한 한 유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상설 '선거구위원회'(Wahlkreiskommission)를 두고 있는데, 이 위원회는 연방통계청장(위원장), 연방행정법원 판사, 그리고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각 선거구의 인구수 변동을 보고하고, 획정원칙에 따라 선거구를 조정하는 과제를 수행한다. 선거구위원회는 연방하원의 회기시작 15개월 이내에 연방내무부에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연방내무부는 이를 즉시 연방하원에 전달하고 공개해야 한다.

 

인구수에 따라 선거구를 획정해야 

 

일반적으로 선거구를 결정하는 데에는 표의 등가성, 지역 대표성, 행정구역 등의 요소들이 작용한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현행 우리의 지역구별 인구수는 그 격차가 과도하여 동등해야 할 1표의 가치가 심하게 훼손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인구수보다 행정구역을 중시하여 선거구를 획정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다.

 

따라서 독일의 선거구 획정방식에서 벤치마킹해야할 가장 중요한 점은 각각의 선거구가 비슷한 인구수를 갖도록 지역구를 조정해야한다는 것이다. 우리처럼 인구집중이 심한 경우에는 거대도시나 수도권에 선거구들이 집중되고, 다른 지역들은 선거구가 줄어들어 편중화 현상이 더 심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그것은 개별 유권자가 행사하는 1표의 가치를 동일하게 하는 것보다 더 우선하는 요소를 찾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아래에서는 기존 선거구획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 독일식 방식을 적용하여 우리의 선거구 획정을 재조정해 보겠다. <표1>은 지역구 의석 당 평균인구수를 기준으로 전체 지역구 의석수를 시도별로 배분한 결과이다. 이를 실제 지역구 수(의석수)와 비교하면 수도권은 선거구가 10석이 늘어야 하고, 그만큼 지방에서는 줄어들어야 함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수도권인 서울과 인천에서 각 2석씩, 경기도에서는 6석, 그리고 대전에서도 1석이 늘어야 한다. 반면에 부산, 광주, 세종시에서는 각 1석씩, 강원도, 전북, 전남, 경북에서는 각각 2석씩 줄여야 한다. 이는 이미 현재상황에서도 시도별 의석수에서 인구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수도권 유권자의 평등권이 침해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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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1. 의석당 평균인구수를 적용할 경우 시도별 의석수의 변화, *2012년 총선 당시 인구수 기준

 

지역구를 200석으로,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독일과 한국의 의석 당 인구수를 비교해보면, 독일은 13만 5000명이고 한국은 16만 7000명이다. 만일 독일과 비슷하게 하려면 우리는 의석수를 약 70석 정도 늘려야 한다. 그런데 이를 세분하여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구분하여 비교하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 독일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모두 의석당 인구수가 27만 명인데 반해, 우리는 지역구는 20만 6000명이고, 비례대표는 94만 명으로 그 격차가 아주 심하다.

 

헌재의 결정에 따르면 전체 246개 선거구 가운데 62개 선거구를 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62개 지역구의 주변 지역구들과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소한 그 두 배인 124개의 선거구가 조정대상이 될 것이다.

 

우리 지역구 의석당 인구수가 독일(27만명)보다 많이 적다는 점과 양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소수 정당의 국회진입을 위해 비례대표의 확대가 시급하다는 점, 그리고 헌재의 결정에 따라 124개 선거구를 조정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필자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다음과 같이 조정하는 것이 단순히 지역구 인구격차를 1:2로 조정하는 것보다 더 타당하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각 지역구의 인구수를 25만 명으로 늘리고(지역구를 200개로 축소), 각 비례대표 당 인구수를 50만 명으로 줄이는(비례대표를 100석으로 확대) 것이다. 이 비례의석은 광역시도별로 산정된다고 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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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2. 지역구 200석 + 시도별 비례대표 100석으로 했을 때 시도별 의석수의 변화,

*2012년 총선 당시 인구수 기준, **세종특별자치시의 인구는 충청남도에 통합하여 계산함. 

 

<표2>는 필자의 제안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를 주장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현실적인 이유인데, 헌재의 결정에 따를 경우 최소 128개 선거구의 조정이 불가피하다. 반면에 이 제안을 수용할 경우에는 표에서 보듯이 46개 지역구의 2배인 92개 선거구만 조정하면 된다. 전체 246개 선거구를 살펴본 결과, 다수 지역구의 인구수가 이미 25만 명에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시도별 지역구 의석에 시도별 비례대표를 적용하여 이를 합산할 경우, 시도별 전체 의석수가 기존 시도별 의석수보다 늘어난다는 것이다. 물론 기존의 비례대표 54석은 계산하지 않은 것인데, 그 이유는 기존 비례대표 의석은 전국구 형태로 지역과는 전혀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의 개정안을 받아들일 경우 지역대표성이 보다 더 강화될 수 있다. 

예외적으로 강원도, 전라북도, 제주도는 의석수가 기존대로 변하지 않고, 세종특별자치시는 의석수가 없어진다. 세종시는 아직 인구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충청남도에 편입되어 선거구를 구성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특별히 수도가 완전히 이전한 것도 아니고 굳이 특혜를 받아야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공직선거법의 개정사항

 

필자의 제안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공직선거법 21조와 25조의 개정이 필요하다. 21조 1항 가운데 "각 시·도의 지역구 국회의원 정수는 최소 3인으로 한다. 다만, 세종특별자치시의 지역구 국회의원 정수는 1인으로 한다"를 조정하면 된다. 25조 1항에서 "국회의원 지역선거구는... 자치구·시·군의 일부를 분할하여 다른 국회의원 지역구에 속하게 하지 못한다"를 개정하면 된다.

다음 편에서는 현행 246개의 지역구를 인구 25만 명에 1석으로 지역구를 200개로 축소하는 것이 크게 어려움이 없는지 실제 광역시도별 선거구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이러한 제안은 이미 전문가들에 의해 제시된 바 있다. 이렇게 지역구를 줄이는 것에 대해 현역 국회의원들의 엄청난 반발이 예상된다. 하지만 그들을 위해 선거구가 획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말로만 정치혁신을 부르짖지 말고 합리적 개선안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 조성복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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