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에 연재하고 있는 기획물입니다. 오랜 독일생활을 통해서 알게 된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독일사회의 모습을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그러한 독일모델이 급속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양극화, 사회갈등, 정치발전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어떠한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필자주: 조성복)


국회의원 수 줄이면 정치가 나아질까?
독일의 선거제도 ③ 독일과 한국의 의원 수 비교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야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여야 모두 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말은 꺼내지 않고 있다. 그들의 속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스스로 자기 밥그릇을 키우자고 하기는 곤란할 것이다. 더구나 속된 말로 정치가 죽을 쓰고 있는데, 그런 얘기가 쉽게 나오겠는가?

 

국민들은 여전히 새로운 정치를 원하지만, 정치인의 수를 늘리는 데에는 아주 인색한 것 같다. 최근 한국정당학회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의 70% 이상이 국회의원 정수를 300인 이하로 묶어둘 것을 희망했다고 한다. 어차피 하는 일도 없는데 인원이라도 늘리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고 본 것일까?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그러한 정서에 기대어 국회의원 수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정치전문가들로부터 호되게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국민 정서와 전문가 의견 사이에 괴리가 있음이 분명하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그러한 정서가 있는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그 수를 줄이는 것이 정치를 살리는 해결책일까? 현행 국회의원의 수가 적정한지에 대해 독일과 비교해보고 그 적절한 대안을 모색해 보겠다.

 

독일과 한국의 비교

 

몇 년 전부터 우리 정치권을 중심으로 학계, 시민단체 등 사회 전반에서 '독일모델'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에 대한 의원들의 연구모임이 활발히 진행 중이며, 정치인이나 교수들의 독일연수가 줄을 잇고 있다. 이러한 독일 열풍은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던 미국식 모델이 그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사회의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불거져 나오고 있는 '땅콩 회항' 사건 같은 갑을관계의 잘못된 행태, 또 그러한 관계의 원인이 되고 있는 소득양극화, 빈부격차 등의 문제들에 대해 이제 미국식 모델은 더 이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를 조정하고 해결해야 할 정치시스템은 거의 작동되지 않고 있다. 정치가 문제라는 인식은 점점 더 확산되고 있으며, 이에 상응한 정치인들의 정치개혁이나 정치혁신이라는 구호는 일상화가 되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미국식을 따른 제왕적 대통령제와 양당제의 폐해가 더욱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정치시스템에 대한 욕구가 커져가고 있는데, 독일식 연정, 다당제, 분권형 대통령제(의원내각제) 등이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동시에 그러한 대안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의 개편, 지방자치의 강화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독일이 과연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양국 간 기본 자료들을 비교해 보겠다. <표1>에서 보듯이 한국의 면적은 독일의 30%에 불과하다(북한을 포함하면 62%). 그렇지만 인구 면에서는 60%를 넘어서고 있으며, 북한을 포함할 경우에는 92%에 육박하여 거의 비슷한 규모라고 볼 수 있다. 2차 대전 이후 분단의 경험, 급속한 경제성장 등 역사적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그 국가규모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우리의 이상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GDP)은 아직 독일의 절반 수준으로 아직 경제적 격차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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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독일과 한국의 기본사항 비교 ⓒ조성복 

 

의원 수 확대 및 세비인하

 

정치에 대한 실망은 정치인을 줄여야 한다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그들을 통해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정치전문가들은 그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국회의원의 수가 몇 명이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우리와 전혀 다른 규모의 국가보다 우리와 좀 더 유사한 조건을 가진 국가와 비교를 통해 대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표2>에서 보듯이 독일 연방하원의 숫자는 약 600명 정도로 인구 약 13만 명에 1명꼴인데 반해, 우리는 약 17만 명당 1명으로 독일에 비해 국회의원 수가 많이 부족한 편이다. 만약 우리가 독일의 기준에 맞추고자 한다면, 먼저 의원 정수를 최소한 70명 이상 확대해야 하고, 동시에 지역구는 줄이고 비례대표는 대폭 늘리는 조정이 필요하다. 

 

국회에 대한 불신이 큰 이유는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고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자영업자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고, 거대한 행정부 조직을 감독하고 끌고 가기에는 수적으로도 역부족인 상황이다. 따라서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은 정치혁신에 전혀 역행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19대 국회에는 18개의 상임위원회가 있는데, 의원 수를 고려하면 1개 상임위에 평균적으로 16~17명에 불과하다. 독일 18대 연방하원(2013~2017년)에는 23개의 상임위가 구성되어 있는데, 상임위 당 15~42명의 의원들이 배정되어 있다. 우리의 상임위 인원은 독일의 최저인원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산위원회를 비교해보면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리는 1980년대 이후 50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회기 90일 전에 예산안을 제출하면, 60일의 심사기간을 거쳐 안을 확정한다. 2014년의 경우 예산위원회 전체회의 7일, 계수조정소위원회 7일을 열어 376조 원을 심의했다고 한다. 하루에 27조 원을 심사한 것이다.

 

독일은 예산위원회가 가장 큰 상임위 중의 하나로 41명으로 구성되며, 예산위원장은 관례적으로 제1야당에서 맡는다. 현재 대연정을 하고 있어서 좌파당 의원이 위원장이다. 예산안 심사는 연중 내내 진행된다. 예를 들어 2014년 12월이면 행정부가 2016년 예산안을 제출하는 식이다. 17대 회기(2009~2012년) 중에 예산위원회의 공식회의만 129회, 월 2~3회가 있었다고 한다. 의회가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도 여야가 합의하면 이렇게 할 수 있다고 보는데, 이를 위해서라도 의원 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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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 2014년 독일 연방하원과 한국 국회의 의원 수 및 급여 비교 (환율 : 1유로=1350원 적용) ⓒ조성복

 

또 국회의원에 대한 불만 중 하나가 하는 일 없이 돈만 많이 받아간다는 것이다. <표2>에서 보듯이 독일 하원의원의 급여를 100으로 봤을 때 우리 국회의원의 급여는 98로 거의 비슷하고, 사무실이나 보좌관 예산은 30% 이상 많은 편이다. 급여가 비슷한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과도하게 많은 것이다. 왜냐하면 앞에서 봤던 것처럼 우리의 1인당 GDP는 독일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당 부분 조정이 필요한데, 세비를 억지로 삭감하는 것보다 국회예산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고 의원 수를 확대하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무실이나 보좌진의 경우에도 예산을 동결하고 의원 수를 확대하면 적절하게 조정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의원 수를 늘리면, 보좌진 수를 줄여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독일 의원들도 보좌진을 두고 있는데, 그 인원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이를 위해 월 1만 6019유로를 쓸 수 있으며, 이 액수는 의원을 거치지 않고 연방하원 사무처에서 보좌진에 직접 지급된다. 다만 의원의 친인척 보좌진은 그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들의 급여는 의원이 직접 부담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세비가 줄면 고통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의 고통은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다.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면서 비정규직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청년실업은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의 포기)를 양산하고 있고, 전셋값은 계속 오르고, 출산율은 떨어지고 노인층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치인과 공무원들은 매번 다 같이 고통을 분담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의 임금인상은 거르지 않고 있다.

 

이 세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연쇄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공무원의 임금인상을 억제할 수 있고, 또 그래야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임금을 동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을 통해 부를 창출하는 곳과 세금을 쓰는 곳의 처우는 달라야 한다고 본다. 현재와 같이 공직을 우대하는 임금체계는 국가 전체의 인력배분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국민들이 힘들고 불안한 처지에 놓여 있는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들이 과도하게 안정되고 넉넉한 급여를 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러한 문제를 바로 잡고자 하는 개혁은 국회의원의 세비 인하에서 시작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현실적인 방안은 세비 예산을 동결하고 의원 수를 늘리는 것이다.

 

비례대표를 늘려야

 

일부에서는 비례대표에 비해 지역구 의원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함정이 있다. 지역구 의원의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전체예산의 우선순위를 생각지 않고 무조건 자기 지역에 대한 과시적 투자에만 경쟁적으로 나선다는 것이다. 차를 타고 다니다 보면, 이런 곳에 굳이 도로를 포장하고 이런 건물을 지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곳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지역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비례대표들이 국회에 들어가서 국가 전체의 관점에서 지역이기주의를 견제하고 조정해야 한다. 지역구 의원들끼리는 서로 주고받음으로써 불가피하게  낭비적인 요소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비례의원들이 아니고는 이를 막기 힘들다고 본다.

 

따라서 헌재의 결정에 따라 선거구를 조정하는 문제는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지역구 당 인구수를 좀 더 상향 조정하여 지역구 의석을 더 늘리지 않도록 하고, 동시에 광역시·도별 비례대표를 확대하도록 조정되어야 한다. 이는 정치적 타협의 문제이지 사법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다.

 

다음 편에서는 국회의원 의석수를 독일의 인구 당 의원 수 비율에 맞추어 조정했을 때, 즉 기존의 의석수에 추가적으로 비례대표만 50석을 늘려 350석을 가정했을 때, 19대 총선결과를 그대로 대입하면 정당별 의석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 살펴보겠다.

 

/ 조성복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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