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치신문의 '전민용의 북카페'와 동시에 게재되는 북에세이입니다.

 

약속의 정치등 좋은 정치에 대한 깊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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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정치학 특강’, 박동천, 모티브북

 

지방선거 기초 단체장과 기초 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제도의 폐지 여부를 놓고 정국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대선 공약을 지켜야 한다. 약속의 정치 대 거짓의 정치다.” “무공천 약속을 지켜야 한다.” “약속은 공천제 폐지였지 무공천이 아니다.” “약속 파기보다 선거 패배가 더 큰 책임이다.” 약속을 지키는 정치를 보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모든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까?

 

정치와 약속에 대해 박동천의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정치학 특강에는 의미 있는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세운 샨티니케탄(평화학당)에 간디가 방문했다. 한 학생이 간디에게 휘호를 부탁했다. 간디는 절대로 성급하게 약속하지 마라. 한번 약속하면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니까라고 썼다. 나중에 타고르가 그 글을 보고 그 아래에 잘못으로 판명되면 약속일랑 내던져버려라라고 썼다. 약속에 대한 태도에서 간디와 타고르의 말 중 누구의 말에 더 솔깃하시는지?

 

박동천 교수는 타고르의 입장이 더 진보적이라고 보고 논의를 전개한다. 초지일관이나 신념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교조주의에 빠지거나 폐쇄적 태도를 보이는 것을 경계하는 일화로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원칙이란 것도 끊임없는 해석과 적용 그리고 정치적 실천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지 상황을 뛰어넘어 지켜야 할 원칙이란 없다고 주장한다. 자신이야말로 철저한 원칙과 변함없는 신념을 가진 진짜 진보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곱씹어 봐야 할 내용들이다.

박동천 교수의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정치학 특강은 나 같은 얼치기 진보 뿐 아니라 자칭 진보주의자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의미 있는 관점과 내용들이 가득하다.

 

그는 우리나라의 진보파는 정치, 사회, 도덕, 가치 등에 대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어 가짜문제와 진짜문제를 분별하지 못하고 헛발질만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인 고정관념으로 합리주의, 선험주의, 민족주의를 다루고 가짜 문제로는 지역주의를 중심으로 주장을 전개한다.

 

그는 자유와 평등은 상호모순이 아닌데도 양자택일의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을 비판한다. 즉 자유주의의 가장 중요한 핵심 개념이 법 앞에 평등이고, “평등한 자유 아니면 자유일 수 없고, 자유 없으면 평등도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진보파가 모든 종류의 자유 즉,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자유주의 모두를 더 철저하게 자신들의 어젠다로 삼아야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정치와 종교 뿐 아니라 정치와 도덕을 분리(crimesin을 구분해야하고 sin이 사법적 대상이 되면 안 됨)해야 하고, 특히 진보인사들에 대해서만 도덕성을 가혹하게 적용하는 풍조도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황석영이 노벨상을 타려고 무엇을 했다 식의 의도와 동기를 문제 삼는 풍조도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는 모든 인간의 욕구를 인정하되 그 경쟁만은 평화롭게 하면 되며, 따라서 이기심에 대한 관인과 관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보수적인 태도와 진보적인 태도를 나눌 때 폐쇄적이냐 개방적이냐가 중요한 기준이라고 본다. 즉 경직적이고 전투적인 태도는 보수, 유연하고 타협적인 태도는 진보라는 것이다.

 

한국정치를 구조적으로 개선하려면 사법제도 개혁이 가장 중요하며 우리나라의 유럽식 대륙법체계를 버리고 영미식 보통법체계로 바꾸는 것을 장기적 목표로 세워야 한다고 그는 생각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네 가지의 잘못된 생각틀(프레임)은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우리 사회를 더 개명된 사회로 만들고 싶어 하는 분들이라면 꼭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다루고 있는 많은 주제들과 제안들이 우리 정치의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읽기 쉬운 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너무 두껍고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해 주면서 변화된 상황을 반영하는 다음 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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