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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와 목수정의 ‘야성의 사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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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들이 프랑스에 거주하는 목수정 작가(44)를 신상털기하고, 목작가와 가족들을 조롱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너무도 저급하고 수준 이하의 내용들이라 언급할 가치도 없다. 다만 이왕 신상털기를 했다면 목작가가 쓴 걸출한 책에 대해서도 제대로 털었으면 좋겠다. 일베의 이같은 무분별한 분노와 공격성, 극우적 행태는 제대로 된 성과 사랑을 잃어버린 것이 근원적 원인일 수 있다는 진단과 대안적 처방이 잘 제시된 책이기 때문이다.   

 

날 것 그대로, 느낌 그대로의 사랑과 성이 천연기념물이 되고 있다. 돈 때문에 사랑도 결혼도 포기한다. 돈을 주된 이유로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한다. 연애는 사랑의 느낌이 아니라 게임의 기술이 되고 있다. 사랑과 성에서 넘쳐나던 달콤한 향기는 사라지고 악취만 풍긴다고 한다면 지나친 걸까?

 

‘야성의 사랑학’(목수정, 웅진지식하우스), 성과 사랑, 여성과 남성에 관한 범상치 않는 책이다. 저자는 본능적인 연애 충동마저 심각한 손상을 입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병리현상을 파고들며 무조건 “사랑하라!”고 외친다.

 

저자는 이 책을 쓴 목적이 완전한 야성의 즐거움을 누리던 벌거벗은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엄마와 맨살을 맞대며 직접적인 사랑을 교환하던 완전하게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마르크스와 프로이트를 결합한 빌헬름 라이히에 주목한다. 라이히는 성적 억압의 목표가 “권위주의적인 체제에 잘 적응하고 순응하는 사람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억압적 에너지를 오르가즘으로 방출할 수 없다면 인간은 그들의 내부에 축적되는 긴장과 불안을 해소해 줄 강력한 외부의 힘을 원하며 파시즘에 스스로를 종속시키게 된다는 라이히의 주장을 성이라는 개인의 문제를 정치 사회적 문제와 연결시킨 탁견으로 평가한다.

 

에리히 프롬은 인류의 역사를 여자와 남자 사이의 투쟁의 역사라고 본다. 6천 년 전 남성들이 부권제로 여성들을 장악했고, 남성 중심적 사회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에게 모권제 사회의 영감을 제공한 사람은 신화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바흐오펜이다. 바흐오펜은 고대 신화들과 상징 연구를 통해 부권제 형성 전에는 어머니가 가장의 역할을 하며 공동체를 이끌고 여신으로 추앙받던 문화가 존재했음을 추론해 냈다. 부친살해로부터 문명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프로이트와 달리 바흐오펜은 인간은 어머니와의 애착 관계로부터 진화했다고 보았다. 프로이트가 여성을 거세당한 남성으로 보았다면 바흐오펜은 여성을 근원적인 힘, 자연, 생에 대한 사랑과 긍정의 대표자로 보았다.

 

이 상반된 주장은 역사적으로 프로이트의 승리와 바흐오펜의 패배로 귀결되었다. 이것은 반복된 여성 진영의 패배의 기록이자 성부정의 세계관이 성긍정의 세계관을 제압한 기록이기도 하다.      

    

성부정의 세계관 속에서는 인간의 본능은 억제되고 감시와 통제가 사회의 근간을 이룬다. 지배와 피지배의 과정이 이어지고 전쟁을 유발하기도 한다. 부권제 사회는 필연적으로 자연을 파괴하고 생명을 파괴하는 자기 파괴의 역사로 치닫는다는 것이다. 반면 모계사회는 사랑과 평화, 평등으로 가꿔지는 세상이다. 생명을 잉태하고 기르는 어머니의 심성이 사회의 중심이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최근 10년 동안 우리나라 인터넷에서 젠더전쟁이 계속 진행 중이라고 한다. 명품에 환장하는 허영을 규탄하고, 일도 안 하고 남편의 월급을 좌우하는 과도한 권력에 분통을 터뜨린다. 급기야 “(한국 남자는 모두) 외국여자들이랑 결혼해서 이런 여자들의 씨를 말려야한다”는 어이없는 주장까지 나온다.

 

하지만 여러 연구들을 보면 여성의 지위가 높은 사회일수록 남성들이 건강하고 더 오래 살며, 사회적 불평등이 확대되면 여자보다 남자들이 더 살기가 힘들어진다고 한다. 여성과 남성이 반반인 그룹이 남성이 대부분인 그룹보다 훨씬 생동감 넘치고 활기 있다는 것도 상식이다. 성평등이 없으면 성긍정도 생에 대한 긍정도 없다. 남성과 여성의 조화로운 공생만이 살 길임은 분명하다.

 

높은 세금과 복지의 확대로 출산과 육아, 교육의 문제를 공적인 영역에서 최대한 수용하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 당연히 양성평등의 지수가 높다. 애정 없는 결혼 생활은 대체로 중단되고 애정만으로 결합된 결혼 없이 이루어진 가정도 절반에 이른다. 프랑스는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재앙의 징후인 저출산을 극복하고 유럽 최고의 다산국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랑 없이 사는 것은 삶에 대한 모독이다. 사랑은 세상을 변화시킨다. 사랑하는 사람은 과거에 권태를 느꼈던 그곳에서 지금은 열정을 느낀다. 무의미하던 세상은 의미와 모험, 위험, 선물과 이로운 우연들로 가득 채워진다. 사랑은 사람들로 하여금 솔직하고 대담하게 가면을 벗게 한다. 사랑은 체제전복적이고 기존 질서에 위협을 가한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평생 한 번씩은 사랑을 한다? 아니다. 결코 그렇지 않다. 진정한 사랑은 단 한 번뿐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영원한 사랑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다? 제발 꿈 깨 주시길. 그러나 사랑은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온다? 그렇다. 결단코 그러하다.

 

사랑을 구하고, 사랑의 기쁨을 알고, 그것을 배가시키는 법을 터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은 다가온다. 그것은 자신의 인생을 성숙하게 가꾸고, 자신만의 견고한 세계를 축조해 가는 데 심혈을 기울인 사람들이 자신만의 향기로 같은 노력을 기울여 왔던 사람들을 만나 얻게 되는 인생의 가장 달콤한 열매이다.

 

저자는 이론과 경험을 총동원하여 느끼는 그대로 사랑하라고 외친다. 사랑을 통해 개인과 사회를 해방시키자는 이 목소리는 울림이 있고, 설득력이 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실천도 가능하다. 이기심과 이타심이 함께 갈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일베든 누구든 한번 뿐인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라도 성숙하고 짜릿한 사랑의 혁명을 만들어 보길 바란다. 그것이 세상을 구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리고 목작가에게 조롱이 아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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