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과 공동기획한 이근식의 '상생적 자유주의' 특강입니다.

 

정부의 성공과 실패

[이근식의 '상생적 자유주의']<13>

 

 

앞의 두 글("시장의 힘"과 "시장의 실패" )에서 본 시장과 자본주의의 성공과 실패에 대응하여 정부와 국가의 성공과 실패도 존재한다. 노동자들의 빈곤이 시장에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짐에 따라서 19세기 말부터 서구에서 노동자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복지정책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최초의 공공복지제도는 1880년대 프로이센의 재상 비스마르크(Otto von Bismark)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도입하였던 질병보험(1883년), 산업재해보험(1884년) 및 노령폐질보험(1889년)이다. 이 제도 도입의 주 목적은 사회주의혁명의 예방이었다. 그 후 1930년대의 대공황은 시장의 실패를 재확인시켜줌으로써 정부가 경제에 적극 개입하는 개입주의가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케인스의 <일반이론>(1936년)은 개입주의의 보급을 더욱 촉진시켰다.

 

 

자유주의연재 게재 사진(20110926).jpg

오토 폰 비스마르크 

 

 

정부의 성공

 

2차 대전 이후 1970년대까지 영미 경제학의 주류는 1950년대에 사무엘슨(Paul Samuelson)을 대표로 하는 신고전학파 종합이었다. 기존의 불공정분배이론과 케인스의 불황이론에 덧붙여서 이들은 공공재와 외부효과에 관한 이론들을 새로이 발전시켜서 시장의 실패에 관한 이론을 정립하여 정부의 경제개입의 필요성을 확립함으로써 개입주의 경제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완성하였다. 2차 대전 이후 1970년대까지는 개입주의의 전성기였다. 구미 각국 정부는 빈부격차와 빈곤을 치유하는 공공복지 제공, 정부의 재정지출과 통화증발을 통해 불황에 대처하는 총수요 조절, 독과점 규제, 공공재(공공시설 등)의 공급, 환경보호 등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복지국가(welfare state)를 확립하였다. 그 결과 선진국들은 유례가 없는 장기 번영기를 누렸다. 이처럼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여 시장의 실패를 치유 내지 완화하여 경제상황을 개선하는 것을 정부의 성공(government success)이라고 부른다.

 

정부의 실패

 

정부의 성공과 대비되는 정부의 실패(government failure)란, 정부가 경제에 개입함으로써 경제를 오히려 악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모든 경제활동을 정부가 직접 관장하는 사회주의경제의 몰락이 정부 실패의 전형이다. 현실의 자본주의경제는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정부의 경제개입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무능과 부패로 인한 정부의 실패가 존재한다.

 

정부의 실패가 나타나는 근본원인은 정부의 권한을 행사하는 정치인과 관료들도 지식과 정보가 부족하며 사리사욕을 앞세우는 부족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정부가 마치 전지전능하고 공평무사한 하나님과 같은 존재인양 착각하고 무슨 문제든지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 그런 정부는 없다. 정부의 권한을 실제 행사하는 것은, 전지전능하고 공평무사한 하나님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인간인 정치인이나 관료이다. 이들도 우리와 똑 같이 지식도, 정보도 부족하고 이기적인 인간에 불과하다. 신자유주의의 대표의 한 사람이며 198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뷰캐넌(James Buchanan)이 지적한 바와 같이, 고위 공직자일수록 오히려 윤리수준이 더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윤리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대개 출세하면 큰돈을 벌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출세를 위하여 남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고위공직자 중에는 윤리의식이 낮은 사람들이 많게 된다. 이를 뷰캐넌은 '정치에서의 그레샴의 법칙'이라고 불렀다. 그레샴의 법칙이란 악화(금은 보유량이 낮은 돈)가 양화(금은 보유량이 높은 돈)를 쫓아내는 현상, 즉 시중에는 양화는 사라지고 악화만 유통되는 현상을 말한다.

 

정치인과 관료도 부족한 인간이라는 정부 실패의 기본 이유에 더하여, 정부기관에는 경쟁이 없고, 이윤압박이 없다는 두 가지 이유가 추가된다.

 

청와대, 국회, 행정부, 지방정부, 국세청, 검찰, 경찰 등 모든 정부기관은 완전독점이므로, 민간기업과 달리 경쟁의 압박이 전연 없다. 만일 청와대, 국회, 검찰, 경찰, 등이 모두 둘이라도 존재한다면 이 기관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열심히 잘 일할 것이다. 공무원들이 대체로 관료주의의 무사안일주의로 적당히 일하는 것은 이들의 인간성이 원래 그런 탓이 아니라 경쟁기관이 없다는 관공서의 특징 때문이다.

 

정부기관은 또한 민간기업과 달리 자기 돈으로 영업하는 것이 아니고 사업이 실패해도 망할 염려가 없기 때문에 절약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기관장들은 자신의 권한을 증대시키기 위해 핑계만 있으면 직원과 예산을 늘리려 하며 사업을 벌리려 한다. 민간기업은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데에 반하여, 정부기관은 '예산과 인원의 극대화'를 정치인은 '득표의 극대화'를 추구한다.

 

국가의 성공과 실패

 

시장의 성공과 실패를 정치, 문화, 사회 등 비경제면까지 확장한 것을 자본주의의 성공과 실패라고 부를 수 있는 것처럼, 정부의 성공과 실패를 비경제적인 면까지 확장한 것을 국가의 성공과 실패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경제면에서의 정부의 성공에 더하여, 법질서와 국방 확립, 행정서비스 제공, 공립학교 운영, 공공방송의 운영 등과 같이 비경제적인 면에서 정부가 국민들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것을 합하여 국가의 성공(state success)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국가의 성공이란, 국가가 존재함으로써 국민들이 경제, 비경제의 모든 면에서 더 잘살게 되는 것을 말한다. 정부의 성공은 국가 성공의 부분이다.

 

반대로 정부가 경제 및 비경제적인 모든 면에서 국민들을 더 못 살게 만드는 것을 국가의 실패(state failure)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국가의 실패는 정부의 실패에 더하여, 정부에 의한 인권 유린, 사유재산의 침탈, 법질서와 국방의 실패, 교육과 문화의 왜곡 등과 같이, 비경제적인 면에서 정부가 국민들이 입히는 피해를 모두 합한 것이다. 정부의 실패는 국가의 실패에 포함된다.

 

이상과 같이, 정부의 성공과 실패는 경제학 용어인 데 비하여 국가의 성공과 실패는 이보다 더 넓은 개념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정부의 성공과 실패는 정부의 개입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만을 지칭하는 데에 비하여, 국가의 성공과 실패는 이에 더하여 정부가 경제만이 아니라 정치와 사회, 문화, 교육 등, 비경제적인 모든 면에서의 국민 생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말한다. 정부의 성공과 실패는 국가의 성공과 실패의 부분이다.

 

수 천 년 전, 국가가 형성된 이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나라에서 정부와 국가의 성공과 실패는 항상 있어 왔다. 정부와 국가의 성공과 실패가 얼마나 많은가는 정부, 구체적으로는 정권의 성격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다. 나쁜 정부에서는 성공보다 실패가 많을 것이고, 좋은 정부에서는 실패보다 성공이 많을 것이다. 과거 전근대사회의 전제군주국가나 근대의 독재국가에서는 국가의 실패가 국가의 성공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반대로 진정한 민주정부와 같은 좋은 정부에서는 국가의 성공이 실패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국가의 실패가 아무리 크더라도 무정부주의자들 주장처럼 국가와 정부를 없앨 수는 없으므로 국민들이 노력하여 현실의 정부를 점차로 진정한 민주정부에 더 가깝게 만들어서 국가의 실패를 줄이고 국가의 성공을 크게 하는 것일 것이다.

 

/ 이근식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경실련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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