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모델의 정치조건’은 수많은 대내외적 어려움 속에서도 성공적인 노동시장 개혁을 달성한 네덜란드의 개혁과정을 입체적으로 추적해봄으로써, 이를 통해 우리의 정치적 객관성과 상상력을 높여보고자 기획된 연재물입니다. 물론 네덜란드 모델이 과연 ‘성공적’인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에서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국과 비교했을 때, 네덜란드에 사는 노동자들이 우리보다 훨씬 평등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정당과 정치인들이 개혁과정 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것을 꼽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네덜란드의 정책결정과정 속에서는 그야말로 정치가 시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 과정들을 차근차근 살펴보면서, 정치의 본래 역할은 무엇이고 그것이 갈등의 현장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반대로, 왜 우리의 정치는 이렇게도 시민들의 삶과 동떨어져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 간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도 함께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필자주(손정욱)

정경연 에세이2 네덜란드 모델의 정치조건

 

 

3장. 개혁의 지속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기민당-자유당 연립정부 시기(1982-1989)

 

 

손정욱 국회 비서관(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1. 개혁의 지속성과 일관성

 

바세나르 협약이 성사된 것이 1982년의 일이었다. 하지만 세계무대에서 이를 기반으로 한 네덜란드 모델이 주목 받게 된 것은 19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였고, 그 때 이후로 지금까지 꾸준한 관심과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처럼 바세나르 협약이 의미가 있는 것은 그 협약의 내용이 이 후 지속성과 일관성을 갖고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유지, 발전되어왔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협약이 단순히 1982년에 체결된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했다면 그것이 갖는 의미는 상당부분 퇴색될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혁명’보다 ‘개혁’이 어렵다고 한다. 이는 그만큼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체제로부터 이익을 누려왔던 집단들의 강력한 반대를 이겨내면서, 점진적이지만 꾸준히 개혁 과정을 진행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개혁이 시작되면 필연적으로 현상을 유지하려는 집단과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 때 갈등을 풀어가면서 동시에 사회적 유대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한 소수의 강대국을 제외하고 세계화의 압력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런 국내 갈등뿐만 아니라 세계의 흐름에도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 네덜란드의 경우가 오랜 기간 동안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이처럼 복합적인 안팎의 어려움 속에서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개혁을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개혁의 지속성은 한국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더욱 명확해진다. 한국의 정치상황을 보면, 심지어 같은 새누리당 내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이전 정부에서 추진되었던 정책들의 상당수가 지속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권이 야당으로 넘어가면 그 단절의 정도가 더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결국 아무리 좋은 정책이 나오더라도 5년 단위로 단명하는 정치적 분절 상황 속에서 장기적 비전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국가 모델이 등장하는 것은 사실상 매우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에서는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의 요구가 크게 늘고 있는데, 이런 큰 틀에서 국가 모델을 만드는 작업은 단순한 정책들의 조합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련의 정책들을 통합하는 큰 틀에서의 비전이 제시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그 비전을 적어도 2~30년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개혁세력이 정책결정과정에서 중요한 세력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정치체제 하에서는 새로운 국가모델의 현실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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