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영연구소의 유럽르포'는 우리 시민들로 하여금 유럽의 정치사회와 경제사회에 친밀감을 갖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연재물입니다.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해방 후 지금까지 지나칠 정도로 미국 편향적인 모델을 지향해왔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신자유주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있는 시점에 즈음하여 우리 시민들도 이제 새로운 모델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건설이 시대정신으로 떠오른 것이 그 증거입니다. 경쟁과 성장 그리고 효율성의 가치만을 강요해온 과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연대와 분배 그리고 형평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고자 하는 노력들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치경영연구소는 우리 시민들이 이제 미국이 아닌 유럽사회를 유심히 관찰해보길 원합니다. 특히 유럽의 합의제 민주주의와 조정시장경제가 어떻게 그곳 시민들의 삶을 그토록 느긋하고 여유롭게 만들어주었는지 자세히 살펴보길 바랍니다. '유럽르포'의 작성자들은 현재 유럽의 여러 대학원에 유학 중인 정치경영연구소의 객원 연구원들입니다. 투철한 문제의식으로 유럽을 배우러 간 한국의 젊은이들이 보고하는 생생한 현지의 일상 생활을 <프레시안>의 글을 통해 경험하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유러피언 드림'을 같이 꾸길 염원합니다.


독일 유치원을 가다… 연봉 2600만 원 이하면, 공짜!
① 독일 유치원, 먹고놀며 배우는 사회적 공간


나와 남편은 독일 북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주 보훔(Bochum)시에서 의대를 다니고 있고, 올해 가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가 있다. 유럽르포 지면을 통해 독일 유학생 부부로서의 경험, 특히 아이를 통해 경험하는 독일 유치원과 초등학교, 그리고 나아가 독일의 교육 시스템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유치원이다. 

2007년 여름, 한국의 한 민간 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던 남편은 독일에서 유학한 동료 연구원 말에 솔깃했다. 부부가 아이를 키우며 공부하기에 한국보다 독일이 수월할 뿐 아니라, 전공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무렵 임신 5개월로, 모 대학병원 정신과에서 음악치료사 인턴과정을 마친 난 남편의 권유로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편의 독일 유학 이야기에 독일 어학원 종합반에 등록, 출산까지 남은 4개월 동안 독일어 공부를 했다. 이때 한국식으로 완성했던 문법은 아직까지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듬해 봄, 아이의 백일잔치 다음 날 우리 가족은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 올랐다.

첫 번째 난제는 유치원 자리 얻기

미국 유학과는 달리, 독일은 약 1년 정도의 현지 어학 과정과 시험을 마친 후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 부부가 모두 어학코스를 밟아야 했기 때문에 아이는 유치원에 보내야 했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유치원이든 학교든 적어도 1년 전에는 등록신청을 해야 입학이 가능하다. 그래서 보통 독일 엄마들은 임신 중에 유치원을 알아보고 미리 신청한다. 유치원 자리가 부족하기도 하지만, 독일의 예약 문화 영향이기도 하다. 게다가 아이가 아직 만 4개월이라 자리를 얻기가 더 힘들었다. 먼저 집 주변 몇 군데 유치원에 찾아갔는데, "일단 대기자 명단에 올리겠다. 그러나 1년 정도 기다려야 할 것이다"라는 똑같은 대답만 들었다. 1년 정도 기다리면 자리를 얻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유치원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누군가가 이사를 하거나 초등학생이 돼야 자리가 난다"고 했다.

다행히 이웃집 한국인 부부 도움으로 4개월 후 입학 가능한 유치원을 찾았다. 자신들의 아이가 다녔던 대학부속유치원을 소개해 준 것이다. 약 20년 전 독일에 온 부부는 두 아이를 키우며 공부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해줬다. 우리는 그들의 말대로 '부모가 모두 공부할 것'이며 '아이를 돌봐 줄 친인척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증명을 위해 어학원 등록 서류와 한국 대학 관련 서류도 보여줬다. 그렇게 우리는 운 좋게도, 4개월 만에 유치원에 아이를 맡길 수 있었다. 이를 경험 삼아, 독일 생활 내내 유용한 방법을 터득했다. 물론 원칙도 중요하지만 긴급할 경우 합리성과 논리성을 갖춰 요청하면, 독일은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는 유연성이 많은 사회라는 사실이다.

그렇게 아이는 만 8개월부터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유치원 생활을 했다. 처음 3주 동안은 30분, 1시간, 오전 내내 이런 식으로 유치원에 있는 시간을 조금씩 늘리는 적응기간을 뒀다. 무엇이든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조금씩 천천히, 지속적이고 합리적인 독일식이었다. 처음에는 파란 눈의 독일 선생님만 보면 울던 아이가 3주가 지나자 오후 4시까지 잘 놀았다. 엄마가 옆에 누워야만 자는 아이라 '낮잠을 잘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유치원 선생님은 적응 못 할 것처럼 울던 아이 중 실제로 적응하지 못한 아이는 단 1명도 없었다고 안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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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동독지역은 만 3세 미만의 아동 2명 중 1명이 보육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교사당 아동 수는 5~6명이다. 반면, 구 서독지역은 4명 중 1명이 보육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교사당 아동수가 3~4명이다. 즉, 구 서독지역에서는 보육원시설 및 자리를 늘리는 것이 과제이며 구 동독지역에서는 보육교사를 늘리는 것이 과제이다. 

 베어텔즈만재단의 한 아동교육전문가에 따르면, 만3세 미만 아동의 경우 1명의 교사가 아이 3명을 맡는 것이 발달에 이상적이라고 한다. 독일 전체 평균은 4.5명이다. 

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경우, 만 3세 미만의 아동 중 8만 7185명이 보육서비스를 받고 있다. 다른 주에 비해 가장 많은 숫자지만, 비율은 19.9%로 가장 낮다.

 독일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7년 만 3세 미만 아동이 보육서비스를 받는 경우는 약 10%였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2013년에는 2007년 대비 300% 증가했다. 


만 4개월부터 만 6세 아이들이 모두 한 반에?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대학 부설기관이며, 그중에서도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다. 총 네 개 반이 있고, 각 반에는 만 4개월부터 만 6세 미취학 아동들 15명 정도가 있다. 세 명의 선생님과 한 명의 파트타임 선생님이 아이들을 전담하며, 음악 활동을 담당하는 선생님과 조리사가 별도로 있다. 또 군복무대체요원 두 명은 유치원의 힘든 일을 돕거나, 아이들과 축구를 하며 놀아준다.

처음에는 반에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 의아했다. 아직 걷지도 못하는데, 제법 나이가 있는 아이들과 한 반에 있으면 선생님 손이 덜 가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그러나 15명의 아이 중 우리 아이처럼 돌이 지나지 않은 아이는 많아야 2~3명이기 때문에, 선생님은 영유아만 있는 반보다 더 수월하게 일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형제가 없는 아이의 경우, 다양한 관계를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어렸을 때는 형과 누나에게 말을 배우고 나이가 들면서는 자신보다 어린아이를 돌보며, 자연스럽게 책임감이나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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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관에 따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만 운영하거나, 방과후교실까지 운영하기도 한다.

 타게스플레게(Tagespflege): 2013년 3월 독일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보육서비스를 받는 만 3세 미만 아이의 약 15%가 시에서 연결해주는 베이비시터의 보육 서비스를 받았다. 베이비시터 비용은 가계 연 수입과 보육 시간에 따라 면제부터 97만 원 정도 선이다.(아래 그래프 참조)

 
내가 배워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독일 유치원은 단지 취학을 위해 알파벳과 숫자 등의 정형화된 학습을 미리 준비하는 곳이 아니다. 로버트 풀검(Robert Fulghum)의 저서 <내가 배워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All I Need To Know I Learned In The Kindergarten)>(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독일 유치원은 식사와 놀이를 하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사회적 공간이다. 

학교처럼 1교시, 2교시로 정해진 시간에 따라 동일한 활동을 하는 구성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이다. 예를 들면 영어조기교육에 대한 부모의 관심을 반영해 신청자에 한해 일주일에 한 번 영어 수업을 한다. 모든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활동은 일주일에 한 번인 음악시간 정도이다. 경우에 따라 일주일에 한 번 발레 등의 특별활동을 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시간들은 각자의 흥미에 따라 그림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고 만들기를 하며 논다. 또는 퍼즐을 맞추고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하며 보낸다. 사실 적지 않은 시간은 밖에서 논다. 특히 독일은 해가 귀하기 때문에 햇살이 눈 부신 날이면, 어김없이 밖에서 모래놀이·공놀이 등을 하거나 자전거를 탄다. 독일 사람 대부분은 유치원을 다니는 시기에는 문자보다 다양한 놀이를 통한 학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비가 약간 오거나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에도 비옷과 장화로 무장하고 바깥 놀이를 하게 한다. '아이가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를 걱정했지만, 유치원 덕인지 아이는 추위를 별로 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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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놀이, 공놀이, 자전거타기 등 바깥놀이를 하는 유치원 아이들의 일상. ⓒhttp://www.akafoe.de/kinder/kitag-am-lennershof  


만 4세를 전후로 달라지는 유치원 생활

유치원 생활은 만 4세를 전후로 두 가지가 달라진다. 4세 미만 아이들은 낮 12시부터 2시까지 낮잠을 자는데, 4세 이상이 되면 낮잠 대신 선생님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만들기를 하며 소근육 발달과 표현력을 개발한다. 또 친구들과 여러 종류의 보드게임을 하기도 한다. 독일의 많은 유치원에서는 보드게임을 교구로 활용한다. 이 시기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즐겁게 배울 때 학습이 효과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종종 사과파이나 쿠키를 구우며 요리에 대한 즐거움을 경험하고, 협동심을 기른다. 몇 주에 걸쳐 화분과 기름종이로 작은 북을 만들어 부모를 초대해 연주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바로 '그룹펜딘스트킨트(Gruppendienst-Kind)'로 불린다는 것이다. '딘스트(Dienst)'라는 단어는 서비스 또는 봉사를 뜻한다. 즉, 그룹을 위해 봉사하는 어린이라는 뜻이다. 아이들은 선생님을 도와 접시를 나르면서 식사준비를 하는 것을 특권으로 느끼며, 이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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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2세 이전 영아가 자는 방의 침대. 만 4세 이전까지 오후 12시부터 2시까지 낮잠을 잔다. ⓒ조애리

 
체험을 강조하는 독일 유치원

독일 교육과정의 특징은 교과 학습 이외에 현장실습을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유치원에서도 체험학습을 중요시하는데, 예를 들어 입학 전 아이들은 소방서나 테디베어 병원을 방문하고, 숲이나 식물원 등에서 자연체험학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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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숲을 체험하며 중요한 자연의 원리를 깨닫는다. 현재 사진 속 아이들은 맹금류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www.akafoe.de/ki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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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6월 보훔 지역 15개 유치원 270명의 아이들은 자신의 동물인형을 가지고 테디베어 병원을 방문했다. 의대학생회에서 주최하는 프로그램인데, 테디베어 병원 의사들은 자원봉사 의대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은 동물인형의 보호자로서 병원 안내처에 등록을 하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차례가 되면 의사의 문진에 대답한다. 동물인형의 피를 뽑고, 상처 부위를 꿰매고, X레이 검사하는 것을 눈으로 보며 의사를 돕기도 한다. ⓒwww.facebook.com/FachschaftMEDIZIN.RUB 


발표회 대신 함께 즐기는 축제

독일 유치원의 가장 큰 행사는 연말 발표회가 아닌 여름축제이다. 종종 각 반별로 준비한 노래나 율동을 하기도 하지만, 화려한 무대나 의상은 없다. 대신 모두 함께 즐기는 시간이다. 동작이 틀려도 마냥 즐거워하는 천진한 아이들을 볼 수 있다. 

여름 축제를 위해 선생님은 아이들이 즐거워할 만한 다양한 활동을 준비한다. 예를 들어 그림 그리기, 모래주머니 던지기, 순서대로 카드 나열하기, 망치로 콩 깨기, 1인용 박스기차를 타고 레일 내려오기 등 과정 하나가 끝날 때마다 스탬프(확인 도장)을 받게 해 성취감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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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원 여름축제의 광경. 아이들이 선생님이 준비한 각 코너에서 그리기, 던지기, 자전거 타며 교통수칙 배우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www.akafoe.de/kinder


한 달 유치원비는 0원부터 97만 원까지

아무리 좋은 시설과 교육 서비스가 이뤄져도 비용이 저렴하지 않으면, 특히 외국인 유학생 부부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독일 통일 이후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여러 혜택 감소에도 불구하고, 유치원 비용은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동일한 혜택을 받는다.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가계 연 수입과 아이의 연령 및 유치원에 맡기는 시간, 자녀 수 등에 따라 다르며 거주하는 주나 도시에 따라서도 조금씩 다르다. 다음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사례를 그래프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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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계 연 수입이 1만7000유로(약2625만 원) 이하라면, 유치원 비용을 면제받는다. 

 12만5000유로(1억8750만 원) 이상인 경우, 434유로(약 65만 원, 만 2세 이상) 또는 646유로(약 97만 원, 만 2세 미만)가 책정된다. 

 만 3세 미만 아동 한 명 당 월평균 1000유로의 비용이 든다는 통계를 참조해 본다면, 부모가 부담하는 비용은 적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 부부는 유치원 비용을 감면받았고, 별도로 아침·점심·간식비를 포함한 비용인 70유로(약 10만 원)만을 낸다. 아침을 제공하지 않는 유치원은 비용이 더 저렴해지며, 결석으로 식사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매달 정산해서 돌려주기도 한다.  

식비 외 추가 비용은 거의 없거나 부담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연말 선생님들에게 감사 표시로 학부모들이 1~2유로(1500~3000원)씩 걷어 꽃이나 책을 선물한다. 또한 아이 생일 날 케이크을 만들어 가거나, 작은 봉지에 사탕이나 초코릿을 넣어 반 친구들에게 돌리는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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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 날 유치원 친구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냅킨을 활용해 만든 사탕 주머니. ⓒ조애리

/ 조애리 독일 보훔대학교 의과대학 본과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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