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영연구소의 유럽르포'는 우리 시민들로 하여금 유럽의 정치사회와 경제사회에 친밀감을 갖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연재물입니다.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해방 후 지금까지 지나칠 정도로 미국 편향적인 모델을 지향해왔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신자유주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있는 시점에 즈음하여 우리 시민들도 이제 새로운 모델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건설이 시대정신으로 떠오른 것이 그 증거입니다. 경쟁과 성장 그리고 효율성의 가치만을 강요해온 과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연대와 분배 그리고 형평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고자 하는 노력들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치경영연구소는 우리 시민들이 이제 미국이 아닌 유럽사회를 유심히 관찰해보길 원합니다. 특히 유럽의 합의제 민주주의와 조정시장경제가 어떻게 그곳 시민들의 삶을 그토록 느긋하고 여유롭게 만들어주었는지 자세히 살펴보길 바랍니다. '유럽르포'의 작성자들은 현재 유럽의 여러 대학원에 유학 중인 정치경영연구소의 객원 연구원들입니다. 투철한 문제의식으로 유럽을 배우러 간 한국의 젊은이들이 보고하는 생생한 현지의 일상 생활을 <프레시안>의 글을 통해 경험하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유러피언 드림'을 같이 꾸길 염원합니다.


"독일은 잘 나가고 있다"…메르켈의 착각!
독일적 복지의 군상


지난 9월 독일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의 후보를 알리는 현수막과 벽보가 거리마다 즐비하게 늘어섰다. TV뉴스에 연일 등장해 열변을 토하는 정치인은 청중을 환기하려 구호성 발언을 자주 했는데, 특히 집권정당인 기민련(기독교 민주연합, Christlich-Demokratische Union Deutschlands(CDU)) 쪽에서 즐겨 썼던 것이 다음과 같은 표현이었다. "Deutschland geht es gut!"(독일은 잘 나가고 있다!)

유럽연합 내 여러 나라들이 몇 년째 지속되는 경제위기로 큰 위기를 겪고 있지만, 독일은 경제성장이나 국민복지 면에서 큰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다는 집권정당의 자부심이 듬뿍 묻어나는 표현이었다.

한 나라의 복지와 삶의 질은 무엇보다도 사회적 약자의 삶이 어떤지 들여다보면 잘 알 수 있다. 유럽연합 내 최고의 산업국가인 독일에서 실업자 대책과 사회보장정책이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 속에서 살펴보자.

"사회보장금, 독일국민으로서 당연히 챙길 권리인가?"

2005년부터 시행된 '실업자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르면, 해당 보조금 수령자는 노동고용청(Agentur für Arbeit)으로부터 지급되는 매달 382유로의 생활비(식료품비·의류비·여타 잡비를 산정해 책정된 1인 성인기준 금액, 약 55만 원)뿐만 아니라, 해당거주지역의 지방자치제로부터 집세 및 난방비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실업보조금을 받는 이는 고용청의 구직 관련 면담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데, 이 면담 일정은 등기우편을 통해 면담 몇 주 전에 통보된다. 면담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일정 기간 동안 실업수당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제재조치로 실업수당을 전혀 받을 수 없는 경우에도 최소한 무료로 식료품을 얻을 수 있는 쿠폰은 지급된다.(제재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국가기관의 의도에 따라 해당자는 관청으로 직접 찾아가 창구에서 이를 수령하도록 하였다.)

독일은 특히 직업교육 또는 고등교육을 받지 않은 청년층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체계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장기 청년실업자에게는 그의 구직을 도와줄 전문 인력이 배치된다. 고용청 직원이 일자리 정보를 찾아 중개하고, 사회복지사는 실업자의 실생활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살핀다. 그리고 장기 실업자가 재취업에 필요한 자발적 동기를 갖도록 돕는다.

독일에는 실업자 또는 구직자가 취업하려는 자발적 의지와 동기를 갖고 있는지가 노동시장으로의 재진입에 결정적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고 있다.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라는 식으로 실업자를 팽개쳐 두지 않는다. 국가의 조직망을 통해 실업자를 사회로 불러내 고충을 듣고 삶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개선해 주면서 고용청의 요구에 응하도록 이끌어내는 식으로 실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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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청에서 면담을 기다리는 사람들 ⓒwww.sueddeutsche.de


물론 실업수당 및 재취업 지원을 위해 국가가 지급하는 온갖 보조금을 타기 위해 꾀를 쓰는 실업자들도 적지 않다. 실업보조금은 몇 달을 기한으로 지급되며 고용청에서의 면담을 통해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이 면담에서 일하지 않고 국가보조금으로 지내려는 이들은 꼬박꼬박 참석하면서도 온갖 핑계와 구실을 대며 "왜 자신이 아직 일하러 나갈 수 없는지"를 공무원에게 설명하려고 애쓴다.

실업수당 지급 여부는 어차피 담당 공무원의 결정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면담에서 담당 공무원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따라 실업자의 처지가 갈린다. 고용청의 면담에도 가지 않고 보조금을 받으려는 이들은 의사에게 '노동불가증명서(Arbeitsunfähigkeitsbescheinigungen)'를 확인받아 제출한다. 의사가 진단서에 명기한 소위 병가 기간 동안에는 구직면담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다.

물론 정부기관과 해당 공무원들도 이러저러한 잔꾀 수법을 잘 알고 있다. '노동불가증명서'의 사실 여부가 의심스럽다고 간주될 경우, 2차 검증을 위해 국가 쪽에서 고용한 의사가 동원되기도 한다.

구직자와 의사가 짜고 증명서 내용을 날조한 사실이 밝혀지면, 실업수당이 끊기는 건 물론이고 국가로부터 고소당할 수 있다. 게다가 직업중개실적보다 실업수당 지급 연장 건이 눈에 띄게 많은 고용청 공무원이 해고되는 사례도 있다. 그토록 국가보조금이 기식자(Schmarotzer)에게 흘러드는 걸 방지하기 위한 감시의 눈이 존재하지만, 각각의 사례를 완벽하게 감별해 내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한창 직업을 배우거나 직장생활을 시작해야 할 나이의 젊은이들조차 장래에 대한 별 고민 없이 일단 실업자 수당을 받아 생활을 유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 실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갈고 닦은 글재주로 독일 내 문학상 후보에도 여러 차례 오른 S라는 친구는 몇년째 실업보조금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그는 노동고용청으로부터 이런저런 출판사나 광고회사 등 꽤 괜찮은 일자리를 자주 주선 받았지만, 아직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취업을 미루고 있다.

돈 몇 푼 벌자고 매일매일 출근하다 보면, 자신이 계획하고 있는 소설을 제대로 쓸 수 없다는 이유이다. 실업보조금을 받는 구직자는 관청에 알리지 않고 거주 지역을 떠나 외국으로 장기 여행을 할 수 없다 해당 구직자에게 적당한 일자리가 날 경우, 바로 연락해 취업알선에 들어가기 위한 조처이다.

그러나 S는 근처에 사는 믿을 만한 친구에게 고용청에서 등기우편이 도착할 경우, 바로 전화로 알려줄 것을 부탁하고 가끔 동유럽 쪽으로 취재여행을 떠난다. 물론 여행사실을 관청에 알리지 않고, 매달 입금되는 실업수당을 여행경비로 쓰는 것이다. 그녀는 혹시라도 관청의 감독에 걸릴까 싶어 외국에서는 독일 은행카드 사용도 자제한다고 했다.

또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B는 금은세공술을 배우는 예술전문학교에 다니던 중 딸을 낳았다. 그는 실업수당을 받아 딸과 생활하고 있는데, 임신 중에 그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관청에 가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에게 배당된 무료주택 입주를 신청한 것이었다.

독일에서도 주거난이 심각하기로 악명 높은 뮌헨에서 그녀는 별다른 수고 없이 부엌과 욕실이 달린 방 2칸짜리 집에서 살며, 양육비로 국가가 지급하는 월 184유로(약 26만 원)와 실업수당을 받아 아직까지는 큰 어려움이나 부족함 없이 지낸다.

가끔 아이와 정원에 나와 있으면, 사람들과 늘 하는 얘기가 이런저런 공짜들을 얻기 위해 어느 관청에서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아기를 위해서라며 유기농 기저귀만을 고집하는 그는 여태까지 스스로 돈을 벌려고 열심히 일해 본 적이 없다.

"대물림되는 실업, 돈으로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다!"

독일의 실업보조금 운용 현실을 살펴볼 때마다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직업세계에 진출해 제대로 땀 흘려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 이가 국가로부터 매달 집세, 난방비, 생활비 등 삶에 필수적인 모든 비용을 '공짜'로 받는다면, '누가 애써서 노동시장에 진입하려고 노력할까?' 하는 것이었다.

특히 부모가 몇 년째 국가의 실업수당으로 생활하는 경우, 그 부모의 자녀가 실업자가 되는 비율이 매우 높다. 여가를 즐기고 여행을 다닐 정도로 넉넉하지는 않지만, '말아 피우는 담배와 값싼 맥주 몇 병까지 살 수 있는 돈이 매달 꼬박꼬박 통장으로 들어오는데 왜 힘들여 일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부모 세대가 땀 흘려 일하는 걸 본 적이 없이 자란 자식 세대는 취업하려는 자발적 동기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실업수당만으로 근근이 생활하다가 결국에는 자포자기하고 장기실업상태로 빠져드는 것이다. 이는 잘 조직된 관료제에 기반을 둔 독일의 실업자 구제정책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국가는 실업자를 장기적으로 노동시장에 끌어들이기 위해 필수적인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일자리를 주선해주는 등 도움을 줄 수는 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더라도 현 상태에 만족하면서 살아가겠다"는, 실업자 스스로가 직업을 갖겠다는 동기 부여는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부모가 장기 실업 상태에 처해 있을 경우에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공적 영역에서 문제를 겪는 경우도 많다. 부모의 실업상태가 초래한 일종의 집단 무기력 상태에서 초∙중학교, 대학, 직장과 같은 공공영역에 진출하면 자신도 모르게 자기능력을 의심하고 자괴감에 빠져들게 된다.

공공영역은 경쟁과 그에 따른 보상체제를 기본 틀로 하는데, 실업가정 출신의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동기부여와 보상 등에 대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야 스스로 자존감을 살려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한다.

다른 한편으로, 직업을 갖고 있어도 집세·의료보험·식료비와 같은 기초생계비를 벌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가는 추세이다. 최근 통계를 보면, 약 130만 명에 달하는 독일 국민이 직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빈곤층을 위한 사회보장금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노동만으로 먹고 살 수 없는 상황에 처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시간제 임금노동이나 비정규직 노동과 같이 노동시장의 유연화 정책에 따른 구조적 문제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기개발에 소홀한 비숙련 노동자의 잘못된 선택의 결과이기도 하다.

여성 노동자의 경우, 정기적으로 일을 하고도 자기임금으로 먹고 살 수 없어 사회보장금을 신청하는 예가 더욱 빈번하다. 이는 독일 노동시장의 구조를 볼 때 여성이 비정규직 및 시간제 임금노동과 같은 저임금 노동영역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르켈 정부는 최근 실업률이 감소하고 여성취업률이 급증했다며, 자화자찬하는 연간 노동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통계나 수치상의 '발전'이 바로 '삶의 질의 향상'을 뜻하는 게 아닌 건 분명하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의 빈곤문제는 특히나 심각하다. 극도로 개인화된 독일 사회에서 애를 맡길 가족이나 친지가 없고, 공공 어린이집에 애를 맡길 처지가 못 되는 여성은 육아문제 때문에 풀타임으로 일하기 어렵다(독일 대도시에서 제때에 유치원 자리를 얻기란 결코 쉽지 않다).

시간제 저임금 노동만으로는 아이들과 생활을 꾸리는 게 어려워 사회보장금에 의존해야만 하는 여성의 비율이 홀로 애를 키우며 직장에 나가는 여성 가운데 약 14%(실업률이 높은 구 동독지역의 경우는 26%)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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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 어린이집 부족 문제 때문에 데모하는 사람들, 아이가 치켜든 플랫카드에는 "내 아이는 라이프치히 (구 동독에 위치한 대도시) 어린이집에 자리가 필요해요." 라고 적혀있다. ⓒwww.tagesspiegel.de


복지재정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 식료품 나눔 운동과 탈세자 추적

독일에도 저소득층을 위한 민간차원의 식료품 (재)분배 운동이 활발하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밥상 또는 밥 퍼주기' 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타펠(Tafel) 운동'이 대표적이다. 이 민간 차원의 구호조직은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식료품을 생산 및 유통업체로부터 기부 받아 저소득층에게 나눠준다.

기부자 쪽에서 보면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일상에 필수적인 식료품을 넉넉히 살 처지가 못 되는 저소득층에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일거양득의 민간 차원 구호활동이다. 분배 장소를 빌리는 데 드는 비용이나 운송비, 관리비까지도 철저히 사적기부로만 충당되며, 조직의 실제 업무도 하나부터 열까지 봉사자의 몫이다.

이 구호운동은 1993년에 베를린에서 처음으로 조직되었다. 현재는 독일 전국에 걸쳐 900여 곳에 지부를 두고, 약 5만 명이 넘는 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타펠 운동'은 약 150만 명에 달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독일 인구가 약 8000만 명인 걸 감안하면, 이 운동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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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펠'에서 식료품을 배급받기 위해 줄 선 사람들 ⓒwww.wochenanzeiger-muenchen.de


올 초, 독일 축구계 대부 울리 회네스(Ulli Höneß)가 수백만 유로에 달하는 탈세금을 스위스의 비밀계좌로 이체한 사실이 드러났다. 울리 회네스는 독일 바이에른 뮌헨 축구팀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데, 자신이 설립한 사회복지재단을 통해 펼친 복지사업으로 축구계뿐만 아니라 독일 사회 전반에 걸쳐 '도덕적' 명망을 누리던 이였다.

게다가 조세문제에 관한 공공토론에도 가끔 패널로 나와 고위층의 탈세를 침 튀기며 비판했기 때문에 그의 탈세사실은 독일인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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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리 회네스 ⓒwww.ndr.de


결국 부유층의 탈세문제는 국가채무증대 및 사회복지재정의 고갈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었고,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회문제로까지 부각되었다. 이에 정부에서는 "탈세자가 자기고소의 형식으로 포탈한 세금을 국가에 납부할 경우 탈세자의 익명성을 보장하고 실형을 면제해 주는 방식"의 타협적 제안을 내놓았다.

이것이 효과를 얻어 '회네스 사건' 이후, 국세청의 추적망에 불안해진 탈세자들은 뒤늦게나마 자진해서 세금납부에 나섰다. 이런 방식으로 추징된 세금이 국고를 불려 올해 독일의 세입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지난 9월 22일에 치러진 독일 총선 결과 메르켈 총리의 기민련(CDU/CSU)이 41.5 퍼센트에 이르는 득표율로 제 1당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는 못해 다른 정당과의 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었다.

세금 동결을 주요 선거공약으로 내세워 승리를 거둔 기민련은 세금인상을 원천적으로 배제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기민련의 유력한 연정 파트너로 지목되는 사민당(사회민주당, Sozialdemokratische Partei Deutschlands(SPD))은 사회복지정책 유지를 위해 세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지를 펴고 있어 연정구성에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4년의 집권기간 동안 메르켈 정부는 긴축재정정책을 통해 현상유지에 치중하는 방식으로 전 세계를 강타한 재정위기에 대응해 왔다. 유로화권 여러 나라가 국가재정파산의 위기에 처해 유로화 붕괴 가능성을 둘러싼 위기의식이 커진 상황에서 메르켈 총리의 정치력은 독일뿐 아니라 유럽연합의 위기 타개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르켈을 '국모(Landesmutti)'라고 지칭하는 경향까지 나타났다. 재정위기가 아직 완전히 극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메르켈의 지도력과 세계적 인지도를 능가할만한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이번 선거의 중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메르켈 정부는 연금·건강보험·최저임금제·노동시장개혁·대안에너지 개발정책과 같은 핵심적 과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정치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독일이 경제나 복지에 있어 현상유지를 해왔지만, 앞으로 특히 현재의 청장년층이 연금 수령세대가 될 시기에는 복지수준이 크게 후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사회의 노령화 속도와 출산율을 대비해 볼 때 사회복지구조를 지탱해야 할 세금납부자는 줄어들고, 연금수령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청장년층의 노년에 대한 걱정과 불안은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독일의 한 국영방송에서 "노년 세대가 젊은 세대를 담보로 사는가"("Die Alten leben auf Kosten der Jungen")라는 주제로 토론이 벌어졌다. 방송에서는 복지 수준 하락에 대한 젊은 세대의 비관적 전망이 현 체제에 대한 개혁 촉구로 이어졌다.

"인구 구조의 변화로 인한 복지의 후퇴는 어쩔 수 없다"면서 젊은 세대에게 '노후보장을 위해 별도의 연금보장보험에 가입할 것'을 권장하는 집권 정당의 유명 정치인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듯하다. 우리가 앞으로의 복지 정책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김민혜 뮌헨대학 철학과 박사과정(정치철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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