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자유주의, 복지국가, 조정시장경제, 합의제 민주주의 등 한국 사회의 질적 발전에 필요한 대안담론들을 제시하고, 그 구현 방안들을 논의하고 도출해내는 열린 토론의 장입니다.

[제7회 대안담론포럼  - 한국의 대안정치경제모델을 찾아서]

 

새로운 산업생태계의 구성과 대안적 산업정책의 가능성

 

김 정 주 (한양대학교 강사, 경제학)

 

 

1. 들어가는 말

 

- 지난 시기 한국경제의 압축적 고도성장 과정에서 국가주도의 선별적 산업정책은 당시 한국경제가 직면해있던 가용자원의 제약 하에서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극대화하고 단기간에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달성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경제개발기 국가주도의 선별적 산업정책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평가가 있을 수 있으나 일단 정책이 갖는 지나친 선별성으로 인해 산업별(중화학공업과 경공업, 수출산업과 내수산업) 및 기업규모별(중소기업과 대기업) 불균형이 심화되었고, 또한 특혜에 가까운 국가의 지원을 획득하기 위한 생산규모 및 실적을 둘러싼 기업들 사이의 경쟁을 격화시킴으로써 해당산업에서의 과잉중복투자 및 그에 따른 주기적 투자조정을 불가피하게 했다는 점 등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산업정책은 한정된 자원을 전략적으로 배치하면서 성장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짧은 기간 동안에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달성함으로써 적어도 경제의 성장잠재력 및 경쟁력을 전략적으로 제고하는 것에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으며, 이러한 이유 때문에 경제적 자원배분에 있어서 시장기능과 대비되는 국가의 독자적 역할을 모색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준거로 인용되고 있다.

 

- 그러나 1990년대, 특히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경제의 개방화와 자유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산업정책 상의 장기계획에 해당하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폐기되고, 자원배분 과정에의 직접적 정부개입을 의미하는 산업구조정책 대신 시장에서의 독과점 규제와 대기업의 지배력으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하기 위한 산업조직정책 중심으로 산업정책의 내용이 크게 바뀌어 가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사실상 산업구조정책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이었으며, 이후 한국경제에 있어서 새로운 산업구조의 재편과 형성은 새로운 산업이나 사업으로 진출하려는 기업들의 투자결정에 맡겨지게 되면서 산업정책 상 정부의 역할은 이들 기업들의 투자활동을 촉진하고 보조해주는 것에 머무르게 된다.

 

- 돌이켜 보면, 한국에서 산업정책의 무용론이 대두되면서 새로운 산업구조의 형성과 관련된 정부의 장기계획이 정책적으로 폐기되어 가던 1990년대 초, 중반 무렵은 당시의 여러 대내외적 조건들을 고려해봤을 때 오히려 한국경제의 산업구조를 새롭게 혁신하기 위한 가장 최적기였다. 우선 정치적으로는 1987년 이후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경제의 운영방식을 둘러싼 경제민주화 논의가 함께 이루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한국경제의 압축성장을 이끌었던 불균형적-단극형적 성장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방식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강력하게 제기되었다. 또한 당시 경제의 대내적 자유화와 더불어 대외적 개방은 더 이상 회피하거나 미룰 수 없는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되었으며, 따라서 한국경제가 대외적 개방화 과정에서도 지속적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산업구조 상의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는 인식 또한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었다. 더욱이 1980년대 후반 이어진 ‘3저 호황기무렵의 고성장과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은 의지만 있었다면 얼마든지 산업구조의 혁신을 추진할 만한 충분한 경제적 조건들을 제공해주었으며, 반면 ‘3저 호황기이후 1990년대 초반에 이어진 상대적 불황국면은 경제적 위기의식의 확산과 더불어 오히려 산업구조와 경제구조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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