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자유주의, 복지국가, 조정시장경제, 합의제 민주주의 등 한국 사회의 질적 발전에 필요한 대안담론들을 제시하고, 그 구현 방안들을 논의하고 도출해내는 열린 토론의 장입니다.

[제7회 대안담론포럼 - 한국의 대안정치경제모델을 찾아서]



공공부문 대안체제 모색

-공공기관을 서민의 벗으로-

 

 

오건호 /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

 

 

1. 시작하며


어느 나라에서도 민간이 이윤추구 활동을 벌이는 시장부문과 별도로 공공부문이 존재한다. 보통, 국방, 행정 등 정부가 고유하게 수행해야 하는 기능은 행정부처에서, 의료, 전기, 교통, 수도 등 시장이윤 논리를 넘어 제공돼야할 공공서비스는 공공기관에 의해 생산되고 관리된다. 이 때 공공부분의 범위는 각국마다 역사적 조건에 따라 다르게 형성돼 왔다. 민영화의 경우처럼 특정 공공서비스 생산이 민간부문 혹은 공공기관에서 이루어질 지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구속된다.

근래 대한민국에서 복지국가와 공공성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시장만능주의가 야기하는 사회양극화가 그만큼 심각하고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열망하고 있다. 의료복지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노후연금은 국민연금공단, 보육, 요양 등 사회서비스는 지역 사회복지기관에 의해 제공돼야 한다. 나아가 교통, 주거, 에너지, 통신 등 필수서비스가 적절한 가격과 질로 사회구성원들에게 제공돼야 시민들의 안정된 삶이 영위될 수 있다.

조정시장경제 체제가 작동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이 역할도 중요하다. 시장경제에서 제대로 공급할 수 없거나 공급해서는 안되는 공공서비스를 공공부문이 주관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의 공공부문은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논리적으로 공공성을 지향하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비효율의 문제가 제기되고 1980년 신자유주의 등장 이후에는 민영화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오랜 권위주의 체제를 겪어온 우리나라는 특히 공공부문에 대한 불신이 깊다. ‘공공에 대한 불신을 타파해야하는 시대적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도 1998IMF 금융위기 이후 민영화를 비롯한 공공부문 시장화 정책이 꾸준히 진행됐다. 역대정권마다 공공기관 개혁을 주요한 국정과제로 설정해, 인력감축, 외주화, 민영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벌여 왔고, 이명박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박근혜정부 역시 공공기관 합리화라는 이름으로 공공기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와 비판세력이 공공기관을 두고 벌인 논점은 시장화(선진화) 공방이다. 정부와 보수언론은 공공기관에 시장주의 논리를 확대 적용하고, 시민사회나 노동조합은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이 공공기관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이 논쟁 구도에서 진보진영의 우위를 점했는지 의문이다. 여전히 국민들은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조정시장경제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의 당위적 확장을 넘어, 국민들이 공공부문 운영과정자체에 제기하는 의문을 풀어 나가야 한다. 국민들은 시장화냐 공공성이냐는 정책적 논점 이전에 공공기관 운영의 투명화,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진보진영은 공공부문의 시장화 정책을 비판했지만, 공공부문 운영과정 자체에 대해서는 제대로 개입해 오지 못했다. 이제는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이러한 개혁을 통해 비로소 공공부문이 대한민국의 대안정치경제모델을 구축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나라 공공기관은 산업화를 지원하는 경제개발형 특징을 지녀 왔다. 이러한 체제로선 새로이 부상하는 사회공공적 요구를 반영하기 어렵다. 이제는 공공기관을 사회정책형 체제로 전환해 서민의 벗으로 만들어야 한다. 공공기관의 전면적 대안 운영을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종합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2. 공공부문과 사회공공성

 

1) 사회공공성 등장의 정치경제학적 배경

 

왜 지금 한국사회에서 사회공공성 의제가 부상하고 있는가? 사회공공성운동이 대중적 의제로까지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현대자본주의의 성격 변화, 즉 신자유주의화가 작용하고 있다. 2차대전 이후 서구자본주의는 성장과 분배를 결합하는 케인즈주의 국가독점자본주의의 특성을 지녔다. 이 시기 자본과 노동 사이에 조합주의적 타협체제가 형성되고 국가에 의한 자본 규제가 행해졌다. 자본주의체제 내부에서 재생산가능한 수준에서 집단적 노동권사회복지가 용인되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자본주의는 시장에서 이윤 추구 공간을 확대하지 못하는 벽에 부딪혔다. 이러한 자본축적의 위기는 공공부문에 공급할 재원 조달에도 문제를 야기했다. 케인즈주의 자본주의의 개량적 재생산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에 진보적인 경제체제 개혁을 통해 생산수단과 부를 재편할 것인가(급진적 개혁), 아니면 기존 조합주의적 개량을 줄여 자본의 이윤창출 공간을 확대할 것인가(시장적 개혁)의 두 길을 두고 좌우가 정면 대결했다.

급진주의 개혁은 유럽 곳곳에서 시도되었다. 1970년대 초 영국노동당은 주요 산업과 국가기업을 국가지주회사로 포괄하는 대안경제전략(AES)'을 수립하고 국민기업위원회(NEB) 방안을 추진하였으나 현실화되지 못하였다. 스웨덴에서는 임노동자기금 전략이 추진되었고, 독일 사민당 외부 급진세력들도 사회화 방안을 채택하였으나 역시 실행되지 못했다. 1981년 공산당과 연합해 집권에 성공한 프랑스 미테랑정부도 국유화 프로그램을 일부 실행하여 국유기업을 확대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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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보기] 오건호, 공공부문 대안체제 모색.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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