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자유주의, 복지국가, 조정시장경제, 합의제 민주주의 등 한국 사회의 질적 발전에 필요한 대안담론들을 제시하고, 그 구현 방안들을 논의하고 도출해내는 열린 토론의 장입니다.

[제7회 대안담론포럼 - 한국의 대안정치경제모델을 찾아서]


복지국가의 미래와 재정

 

 

강병구 / 인하대 교수

 

 

1. 문제의 제기

 

국가의 재정활동은 공공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원을 획득하고, 관리하며, 지출하는 일련의 행위로써 경제적이면서 정치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재정활동이 경제적인 이유는 그 행위가 상품의 생산과 소비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며, 정치적인 이유는 재정활동 자체가 정치적 의사결정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사적소유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누구에게 얼마의 세금을 부과하고 어떤 분야에 어느 정도를 지출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정치적 판단의 문제이고, 그 결과는 경제주체들의 선택행위에 영향을 주고 분배구조를 변화시킨다.

그러나 자유주의자와 진보주의자 사이에서 국가의 재정활동에 대한 평가는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시장경제의 자기조정적 기제를 강조하는 자유주의자들은 자유방임적(laissez-faire) 경제정책을 중시하기 때문에 시장경제에 대한 국가개입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이러한 자유방임적 사상은 고전적 자유주의 철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오늘날 신자유주의 재정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자유주의자들은 사회전체의 공동선(common good)보다는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며, 재산권에 기초한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선택행위를 통해 공동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자유방임적 재정정책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재정활동을 효율성 위주의 경제적 문제로 환원시킬 뿐만 아니라, 계층과 집단의 관점을 배제시킴으로써 공평성과 거시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대한 재정의 역할을 간과하고 있다.

반면에 진보주의자들은 인간행동의 불완전성과 경제행위에 내포된 불확실성에 주목하며, 시장실패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주장한다. 이들에게 있어서 효율성은 시장에서의 기능적 효율성을 넘어 사회적 효율성으로 확대되고, 지속가능한 복지국가의 관점에서 거시경제의 안정적 성장이 중시된다. 진보주의자들에 의하면 시장은 내재적으로 불안정하며 분배구조를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사회구성원의 집합적 욕구와 사회권(social right)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정부재정은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고, 그 부담은 구성원들의 능력에 따라 공평하게 분담되어야 한다.

한편 자유주의와 진보주의의 이념적 차이는 복지국가의 유형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예를 들면, 정치·제도적 변수와 각종 사회경제적 지표를 이용하여 공공정책을 유형화한 Castles(2004)에 따르면 OECD 국가들은 스칸디나비아형, 서유럽형, 앵글로색슨형, 남유럽형 복지국가로 구분된다. 남유럽형을 제외할 경우 이러한 복지국가의 구분은 노동력의 탈상품화를 유형화의 기준으로 적용한 Esping-Andersen(1990)의 자유주의, 조합주의, 사민주의 복지국가와 대체로 일치하며, 앵글로색슨형과 스칸디나비아형 복지국가는 각각 자유주의와 진보주의를 대표하는 복지국가이다.

본 장에서는 복지국가에 대한 비교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대안적 재정정책을 모색한다. 복지국가의 유형별 비교에 있어서는 주로 앵글로색슨형과 스칸디나비아형 복지국가를 대비시킴으로써 자유주의와 진보주의의 차이에 주목한다. 이를 위해서 2장에서는 자유방임적 재정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대안적 논의의 틀을 구축한다. 3장에서는 복지국가 유형별로 재정정책의 구조적 특징과 사회경제적 성과를 비교한다. 4장에서는 우리나라 재정구조의 특징을 분석한 후, 5장에서는 복지국가를 위한 대안적 조세·재정체계를 제시하며, 6장은 맺음말이다.

 

 

2. 자유방임적 재정정책의 비판적 검토

 

국가의 재정활동은 조세수입과 재정지출의 두 측면으로 구성되며, 그 주된 역할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경제주체들에게 소득을 공평하게 재분배하며, 거시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또한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국가의 재정활동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이러한 국가재정의 역할과 조건은 재정활동을 평가하는 기준을 제공하지만 구체적 내용은 시장경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

먼저 시장경제의 자기조정적 기제를 강조하는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효율성(efficiency)은 경제주체들의 선택행위를 왜곡시키지 않는 조세 및 재정정책의 중립성(neutrality)을 의미한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생산과 소비활동에 참가하는 경제주체들에게 가급적 적은 세금을 부과하고 이전지출을 작게 할수록 효율성은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즉 시장경제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는 작은 정부가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조세 및 재정정책의 중립성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경우는 시장이 완전경쟁적인 일반균형 상태에 있을 때뿐이다. 따라서 현실의 시장경제에서 중립성의 원칙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불완전경쟁과 불균형 상태가 보다 일반적인 현실 세계에서 중립성을 적용시키면 기존의 불공평하거나 불합리한 상태가 더욱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조세 및 재정정책은 오히려 공정성(fairness)의 원칙위에 비생산적이고 낭비적인 경제활동을 규제하거나, 반대로 생산적인 경제활동을 지원하여 사회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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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보기] 강병구, 복지국가의 미래와 재정.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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