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자유주의, 복지국가, 조정시장경제, 합의제 민주주의 등 한국 사회의 질적 발전에 필요한 대안담론들을 제시하고, 그 구현 방안들을 논의하고 도출해내는 열린 토론의 장입니다.

[제5회 대안담론포럼 - 제2의 민주화운동: 합의제 민주주의를 향하여]

 

 

어떤 비례대표제인가? 한국비례제의 제도설계

 

김영태(목포대)

 

I. 시작하며

 

  1987년 민주화이후 25년이 지났지만,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 문제는 여전히 매우 중차대하다. 실질적 민주주의는 차치하고,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도 한국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민주주의의 퇴행이 거론되는 작금의 현실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질적 심화를 위한 합의제 민주주의에 관한 논의는 의미 깊다. 민주주의를 다수제 모델과 합의제 모델로 구분한 바 있는 레입하트(Lijphart 1984)에 따르면 다수제 모델은 권력이 다수파에게 집중되어 있는 반면, 합의제 모델은 정치권력의 분산과 제한을 특징으로 한다. 여기에서 행정부 권력의 독점여부, 행정부와 의회의 권력관계, 정당수를 기준으로 한 정당체제 유형, 정당체제의 이슈 차원 수, 선거제도 등이 정부/정당 차원에서 다수제와 합의제를 구분하는 5가지 변수이며, 수직적 권력분립의 정도, 헌법 개정의 난이도, 단원제/양원제 등 3가지 변수가 연방적/단방적 차원에서 두 모델의 구분기준이 된다.

  정부/정당 차원에 제시된 5가지 변수는 부분적으로 상호 독립적이며, 따라서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가지 변수는 상호연계성을 가지며, 이러한 의미에서 5가지 변수 가운데 핵심적 요소는 선거제도라 할 수 있다. 듀베르제(Duverger)의 경향적 법칙으로 잘 알려진 것처럼 다수제 선거제도는 양당제를, 비례제 선거제도는 다당제를 가져오는 경향이 있으며, 양당제에서는 특정 다수파가 행정 권력을 독점하고 행정부가 의회를 압도하지만, 다당제에서는 정당연합에 의한 연립정부가 일반적이며, 행정부가 의회를 압도하기 어렵다. 또한 양당제에서는 정당체제의 중요 경쟁 이슈가 1차원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다당제에서는 정당체제의 경쟁 이슈가 다차원적이고 교차적이다. 선거제도가 사회적․정치적 권력관계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지만, 제도공학적인 측면에서 다른 무엇보다 선거제도에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글의 논의는 합의제 민주주의를 위한 비례대표제 설계에 논의의 초점을 맞춘다. 선거결과를 정당의 의석으로 전환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인 비례대표제는 기본적으로 정당의 득표율에 비례해 정당의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적으로 행해지는 비례대표제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합의제 민주주의에서 비례대표제가 핵심적이라고 해도 어떤 비례제인가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이 글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먼저 이 글의 첫 번째 부분에서는 먼저 한국선거제도의 대안으로 왜 비례제가 논의되는지 살펴본다. 다음으로 이 글의 두 번째 부분에서는 인물화된 비례대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독일식 비례대표제 등으로 지칭되는 독일식 선거제도가 대안으로 제시될 것이며, 이 제도의 도입과 관련된 몇 가지 쟁점이 함께 논의될 것이다.


II. 왜 비례제인가?

 

1. 정부의 통치성과 효율성 그리고 책임성

 

  일반적으로 선거제도는 다수제와 비례제, 그리고 양자가 혼합된 혼합제로 구분된다. 이론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선거제도의 구분은 각 제도에서 관철되는 대표성의 원칙과 배분의 원칙, 그리고 이에 기초한 통치성(governability)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Nohlen 1989) 여기에서 대표성의 원칙이란 선거제도의 목적을 안정적인 정부의 성립에 둘 것인지 혹은 사회 각 세력과 정치집단이 정치적으로 고루 대표될 수 있도록 할 것인지와 관련된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다수제가 안정적인 정부 수립을 목적으로 하는 반면, 비례제는 사회적 대표성의 강화에 그 목적이 있다. 이러한 대표성의 원칙(안정적인 정부 혹은 사회적 대표성 강화)을 관철시키기 위한 기술적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 바로 배분의 원칙이다. 즉 안정적인 정부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 가장 강한 정당에게 의석을 배분하는 배분의 원칙을 채택하고, 사회적 대표성의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 각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배분의 원칙이 관철되어야 한다.

 

 

[전문보기] 김영태_어떤 비례대표제인가 한국비례제의 제도설계.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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