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자유주의, 복지국가, 조정시장경제, 합의제 민주주의 등 한국 사회의 질적 발전에 필요한 대안담론들을 제시하고, 그 구현 방안들을 논의하고 도출해내는 열린 토론의 장입니다.

[제5회 대안담론포럼 - 제2의 민주화운동: 합의제 민주주의를 향하여]

 

 

연정형 권력구조의 선택지: 대통령제와 내각제, 그리고 그 너머

 

고 원(서울과학기술대학교)

 

1. 문제의식

 

  얼마 전 민주통합당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이 공동정부 형태로 안철수 교수를 포함한 개혁세력 전체를 아우르는 연립정부 구상을 제안함으로써 연립정부에 대한 토론이 수면 위로 부상한 바 있다. 그 제안에 대해 야권 내의 정치그룹들 사이에서는 찬반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반대 입장들도 연립정부 자체를 부정하는 논의는 아니어서 대통령선거 때까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세력들은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국회의원 총선에서 이명박 정부-새누리당에 맞서기 위해 후보단일화를 주축으로 하는 선거연합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는 정부의 교체와 구성이라는 새로운 문제에 마주치게 된데다 안철수로 대표되는 새로운 연합대상이 부상함으로써 후보단일화-선거연합만으로는 연합정치의 내용을 담아낼 수 없게 되었다. 바로 연립정부 이슈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야권세력들이 가동해 온 연합정치를 보다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려는 요구와 같은 맥락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연립정부란 여러 정치세력들이 집권을 위해 공동으로 정부를 구성하는 것으로, 정부연합, 연합정부, 공동정부라고도 부른다. 연립정부는 20세기 들어서 산업화가 심화되고 사회가 다양화, 복잡화됨에 따라 사회갈등=사회균열(social cleavage)이 다양화, 다원화되는 것을 배경으로 생겨났다. 특히 자본주의 근대사회의 가장 일반적인 사회균열인 계급균열에 더하여 인종(민족), 지역에 따른 균열이 중첩되기도 하고, 1970년대 이후에는 탈물질 사회의 도래에 따라 생태, 성(gender), 세대 등 문화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균열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사회균열의 기반 위에서 정당체계 역시 좀 더 다양하고 복잡하게 변화하게 되었고, 이들 각각의 사회균열 축을 대변하는 다당제 정당질서가 확산되었다. 이와 함께 선거에서도 다양한 사회집단과 정치세력의 이해를 대표하고 반영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게 되는데, 비례대표제의 실시가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런데 이렇게 정당이 다당제질서로 변하고, 그에 따라 의석분포가 각 정당별로 분산되다보니까, 민주적 집권다수파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한 정당의 힘만으로는 안 되고 여러 정당들이 연합해야 하는 문제가 대두하게 되었고, 여기서 연립정부 형태의 권력구조가 발전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도 산업화와 민주화에 따라 사회갈등이 복잡화, 다원화되어왔고, 다당제가 지속적으로 형성되어 왔다. 그런 사회적 배경 하에서 한국에서도 연립정부 현상이 일정하게 나타나게 되었다. 한국에서 연립정부 현상은 따지고 보면 아주 생소한 것이 아니다. 연립정부는 이미 오래 전에 지역주의 타파를 일차적 목적으로 실험되거나 제안된 적이 있었다. 소위 ‘DJP연합’이라 불리는 공동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제안된 ‘대연정론’이 그것이다. 그 전에는 3당 합당에 의한 보수대연합 형태의 연립정부가 출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연립정부의 실험이나 논의는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져 왔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은 다당제와 다자간 경쟁체제가 확립되었지만 그에 비례하여 연합정치가 활성화되기보다는 오히려 회피된 면이 많았다(장훈, 2002). 연립정부 실험은 정권 획득과 유지를 위한 정치적 궁여지책으로 이루어져 온 면이 많았다. 이 때문에 연립정부에 대한 공론장에서의 정치토론은 물론이고 학계에서의 이론적 논의 역시도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오지 못했다.

  따라서 연립정부가 단순한 집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보다 큰 전략적 위상 속에서 조망되려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대해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한국정치의 문제는 무엇이고, 연립정부가 그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구체적으로 어떤 유의미성을 가질 수 있는가? 둘째, 한국에서 연립정부가 활성화되기 위한 현실적 조건은 무엇인가? 셋째, 연립정부는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가? 

  이 같은 물음들에 답하기 위해서 이 글은 다음과 같은 서술체계를 갖게 될 것이다. 먼저 여기서는 주로  비교정치학적 관점에서 권력구조 및 정치제도와 연정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에 대한 기존 논의에 대해 평가해 볼 것이다. 특히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연립정부가 활성화되고 나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한국에서 민주화 이후 연립정부의 논의와 실험에 대해 살펴보고 이에 대해 평가할 것이다. 민주화 이후 연립정부 현상이 여러 차례에 걸쳐 나타났지만 그것이 제한적으로 불안정하게 나타난 이유에 대해 분석해 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연립정부의 전망은 무엇이고, 그것이 활성화되고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지 논할 것이다.

 

[전문보기] 고원_연정형 권력구조의 선택지.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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