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자유주의, 복지국가, 조정시장경제, 합의제 민주주의 등 한국 사회의 질적 발전에 필요한 대안담론들을 제시하고, 그 구현 방안들을 논의하고 도출해내는 열린 토론의 장입니다.

[제4회 대안담론포럼 - 복지국가 건설의 정치경제학]

 

 

연합정치의 유형과 복지국가의 진로
: 유럽 국가들의 사례와 한국에서의 시사점

 

고원(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1. 문제의식

 

복지국가이론의 대가인 에스핑-안델슨(Esping-Andersen 1996, 265)은 “복지국가는 정치가 낳은 아이이며, 그러므로 정치의 미래이기도 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 미국의 정치학자 세리 버먼(Sheri Berman)은 복지국가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사회민주주의에 대해 “국가와 정치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 위에서 탄생한 적극적인 민주주의자들의 비전”이라고 말한다. 복지국가는 바로 정치적 힘을 조직함으로써 이를 통해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조절해내고, 일정하게는 탈상품화하는 정치경제적 기획이다. 그 만큼 복지국가의 형성과 발전에 미치는 정치의 영향력은 다른 어떤 체제에서보다 비중이 큰 것이다. 

복지국가를 구성하는 정치의 요체는 흔히 복지동맹(welfare coalition)이라는 개념으로 불린다. 복지동맹의 전형적인 모델은 가장 탄탄한 보편적 복지국가를 실현한 스웨덴의 사례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연구자들이 지적하듯이, 스웨덴 복지동맹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Korpi 1983; Esping-Anderson 1990; Therbon 1987). 


첫째는 유능하고 강력한 사민주의정당의 존재이다. 19세기 후반 유럽에 등장한 사민주의정당들은 산업노동자계급의 성장으로 형성된 사회적 균열구조에 조응하는 정치적 형태였다(신진욱 2011, 51). 스웨덴 사민당은 1928년 페르 한빈 한손의 지도자 하에 ‘인민의 집’이라는 슬로건을 들고 복지국가의 토대를 닦기 시작하였으며, 1977년까지 44년간의 장기집권을 이룰 만큼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둘째는 강력한 노동운동의 전통이다. 스웨덴의 노동조합은 전통적으로 높은 조직률과 함께 고도의 중앙집권성을 갖는 정치화된 조직이었다. 노조는 코포라티즘의 기제 속에서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조정에 깊숙이 간여하여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킬 모델을 제안했을 뿐만 아니라 연대임금정책을 통해 이 모델의 작동을 가능하게 했다(김영순 2011a, 17). 셋째는 이런 바탕 위에서 복지국가를 위한 중간계급과의 동맹을 성공시켰다는 점이다. 1932년 선거에서 스웨덴 사민당은 농업보조금 지급이라는 농민들의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적녹 연정, 즉 사민당과 농민당의 연정을 탄생시켰다. 또 1959년에는 보충연금개혁을 통해 화이트컬러 중간계급을 새로운 동맹자로 받아들임으로써 복지국가의 강력한 지지층을 형성시켰다. 넷째는 노동과 자본 사이에 계급타협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스웨덴 노동조합총동맹(LO)은 자본과 타협을 통한 노동문제의 해결을 꾀하였고, 이것이 결국 ‘잘츠요바덴협정’이라는 역사적 대타협으로 성사되어 나타났다. 

 

바로 이상의 주요한 요인들이 바탕이 되어 스웨덴에서는 보편적 복지국가가 탄생되었고, 오랫동안 탄탄하게 작동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조건들은 에스핑 앤더슨이 분류한 세 가지 복지국가의 모형 중에서 스웨덴 같은 사민주의 복지국가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적어도 유럽에서는 독일 같은 보수주의적 복지국가나 영국 같은 자유주의적 복지국가에도 거의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복지동맹의 조건들을 보편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원래부터 선진자본주의국가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서 실현된 매우 예외적인 복지모델의 조건들이었다(김영순 2011a, 15). 게다가 지금은 이런 조건들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스웨덴에서도 1980년대 이후부터 코포라티즘 기제에 의한 중앙임금협상이 와해되기 시작한 이후 지금도 그 원형이 복원되지 않고 있다. 이와 아울러 사민당과 노조(LO)의 긴밀한 관계도 상당히 변화하여 갈등과 협력의 이중적인 긴장관계로 변화되었다(안재흥 2005, 347-349). 무엇보다 근본적인 변화는 기존의 계급을 기준으로 한 사회균열의 성격이 탈산업사회의 도래에 따라 사회시스템과 계급구조가 크게 바뀌고 있다. 또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노동 등 각 계급들 내부의 격차가 현저하게 커짐으로써 계급적 단결에 기초한 사회제도의 설계와 작동가능성이 크게 제약받게 되었다. 여기에 더하여 정당정치의 변화 또한 복지국가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오늘날 정당정치와 대의기구에 대한 대중들의 신뢰가 급격히 떨어져 왔고 무당파 층이 확대됨에 따라 정당의 전반적 영향력은 쇠퇴해 왔다. 이는 정당이 국가권력의 주된 조직자라고 했을 때, 정당의 쇠퇴는 복지국가의 축을 이뤄온 국가의 역할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런 조건들 속에서 전통적 복지동맹은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복지동맹의 체계 속에 일어나고 있는 커다란 변화가 복지국가의 변화와 발전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오늘날 정치의 문제는 후기산업사회에 맞는 새로운 사회적 시민권과 평등주의모델을 위한 동맹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이다”라는 에스핑-앤더슨의 말에서도 나타나지만, 미래에 복지국가를 유지시키는 새로운 동력은 어디서 나올 수 있는가? 복지국가를 지탱하는 근본적 동력이 정치에서 나온다고 했을 때, 정치동력의 구성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가? 좀 더 구체적으로 사회적 지지기반과 정당체제 사이의 관계는 복지국가의 존립에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가? 이 글은 주로 정당체제, 그 중에서도 특히 연합정치(정당연합)에 초점을 맞춰 유럽을 중심으로 복지국가의 변화를 고찰해 볼 것이다.

 
다음으로 이 글은 이런 것들이 한국에서 복지국가의 발전에 주는 함의가 무엇인지를 고찰하고자 한다. 한국은 원래부터 복지국가의 전통적 조건을 거의 완전히 결여했을 뿐만 아니라,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 탈산업화에 따른 영향을 상당히 강하게 받아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1980년대 중반 민주화 이후 사회복지의 양적 규모가 꾸준히 확대되어 왔다. 급기야 근래에는 복지의 단순한 확대를 넘어 보편적 복지체제의 건설을 둘러싸고 복지논쟁이 전 사회적으로 뜨겁게 벌어져 왔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들은 지금 한국사회에 보편적 복지 논쟁이 벌어질 만큼 어떤 실체성이 있는 것인가? 그런 복지국가 논쟁에 상응하는 정치적 조건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런 문제와 관련하여 이 글은 근래에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당체제 재편 논의가 한국의 복지국가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시사점을 논의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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