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자유주의, 복지국가, 조정시장경제, 합의제 민주주의 등 한국 사회의 질적 발전에 필요한 대안담론들을 제시하고, 그 구현 방안들을 논의하고 도출해내는 열린 토론의 장입니다.

[제3회 대안담론포럼 - 진보적 자유주의와 분배친화적 경제성장]

 

 

한국사회서비스 제도화의 현황과 전망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Ⅰ. 서론

 

최근 몇 년 간 한국에서 사회서비스는 대단히 빠른 속도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확대는 참여정부 기간에 본격적으로 나타났지만 그 경향은 이미 1990년대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예컨대, 지출규모만 보더라도 1990년부터 2004년까지 공공사회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은 16.9%이지만 같은 기간 시설보호와 재가복지의 연평균 증가율은 24.9%에 달한다(고경환 외, 2007에서 계산). 물론 공공사회지출은 사회서비스보다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증가율이 낮을 수 있으나 시설보호와 재가복지의 증가율이 대단히 높은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확대는 시설이나 인력 면에서도 관찰된다. 사회복지시설 중 사회복지관은 1990년에 88개소였으나 2009년에는 419개소로 3.7배 이상 증가했고, 사회복지생활시설은 1990년 687개소에서 2009년 3,770개소로 4.4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사회복지사 자격증 교부자의 1985년 이후 누적인원은 1990년에 7,804명이었으나 2009년에는 337,652명까지 증가했고, 사회복지전담공무원도 1990년 324명에서 2009년에는 10,334명으로 증가했다(보건복지부, 각년도). 


사회서비스가 이처럼 급속하게 확대된 배경에는 말할 것도 없이 사회서비스의 필요성이 증가했다는 사실이 자리하고 있다. 사회서비스의 필요성 증가는 자본주의의 고도화라는 일반적인 사실 외에도 1990년대 말부터 문제화하기 시작한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2008a). 이런 점에서 한국에서의 사회서비스의 급속한 확대는 다른 여러 나라에서 그러한 것처럼 객관적 필요에 대한 사회적 대응의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객관적 필요에 대한 사회적 대응이 객관적 필요에 대한 그야말로 과학적 평가에 근거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대응은 그러한 사회적 대응의 필요성이 인식되기 이전부터 이미 형성되어온 제도적 구조를 전제로 이루어지며 그러한 구조 속에서 이미 형성된 이해관계의 상호작용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한국에서의 사회서비스 확대 역시 그 이전부터 형성되어온 사회서비스의 제도적 구조와 그 구조 속에서 형성된 다양한 행위자들의 이해관계라는 제약 속에서 이루어졌고 이는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기존의 제도적 구조와 이해관계라는 조건은 사회서비스 확대를 위한 정부의 행위에 객관적 제약으로 작용하며 그 한계 내에서 취해진 행위는 기존의 조건을 일정하게 변화시키고 그렇게 변화된 것으로서의 조건은 또 다시 그 다음 행위에 객관적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다.

 

사실 그간 한국에서는 사회서비스를 하나의 제도로 바라보는 시각이 부족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사회서비스가 너무나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후순위로 간주되어 왔다는 데 일차적인 원인이 있다. 사회복지는 한국역사에서 거의 언제나 후순위에 놓여 있었고 그렇게 후순위인 사회복지 내에서도 사회서비스는 후순위에 놓여 왔다. 이로 인해 사회서비스는 사회의 다른 부문과는 별 관계없고 사회복지종사자들에게 맡겨놓으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치부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리하여 사회서비스는 정치적으로 중요시되지 않았으며 그러다보니 사회서비스를 하나의 제도로 바라보는 시각이 부족하였다. 그리고 이처럼 사회서비스를 제도로 바라보는 시각이 부족했던 관계로 사회서비스의 확대를 정당화하는 시도도 사회서비스 그 자체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사회서비스가 사회의 다른 부문에 기여할 수 있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논리로 전개된다. 그리하여 특히 참여정부 기간에 사회서비스 확대는 그것을 통해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조되었고 그에 따라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정당화 근거로 작용하였다(기획예산처, 2006; 노대명, 2006). 


물론 사회서비스는 진공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사회의 다른 부문과 상호작용하면서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일자리 창출은 사회서비스에 있어서도 중요한 한 목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서비스의 입장에서 볼 때 일자리 창출은 사회서비스의 부수적인 목적이지 본래적 목적은 아니다. 어떤 제도가 그 제도를 둘러싼 사회와 상호작용한다고 할 때 그 상호작용은 그 제도가 그것의 본래 목적을 적절히 달성함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그 제도의 부수적 목적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서비스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서비스가 그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일자리창출도 궁극적으로는 효용을 잃을 것이다. 사회서비스가 가진 본래적 목적은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욕구를 충족하려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 목적은 사회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제도적 구조에 의해 그 달성여부가 결정된다. 특히 사회서비스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된 오늘날 사회서비스의 제도적 구조에 관한 논의는 사회서비스의 효과성을 위해서 그리고 추가적인 공급량의 확대를 위해서도 매우 긴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런 점에서 이 글에서는 사회서비스의 제도적 구조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서비스의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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