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영연구소 개소(2010년 3월 1일) 이후의 칼럼 및 인터뷰 모음입니다.

[이대근의 단언컨대] 143회 한국당의 ‘문재인 정부 실패 프로젝트’

 

 

■ 문재인 정부에 관한 낙관론과 비관론

 

· 문재인 정부 성공 프로젝트


 ‘이제는 우리도 성공한 정부를 가져보자.’ 문재인 정부 출범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요즘 시민들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잘 해줬으면 하는 소망, 아니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여야가 협력해 성공적인 국정이 펼쳐지는 것을 보고 싶다는 그 간절함은 ‘문재인 정부 성공 프로젝트’라고 할 만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 마음이 무엇에서 비롯된 것인지 새삼 물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나라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고, 박근혜 정부가 무너뜨린 한국인의 자부심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절박성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시민들의 가슴 속 깊숙한 곳에 남긴 상처를 하루라도 빨리 치유하는 길은 박근혜 정부의 잔해 위에 세워진 새 정부가 성공하는 것 뿐 이라는 점을 시민 모두 이심전심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더 나은 사회, 새로운 국가를 위해 시민, 정치권, 새 정부가 합심협력해야 한다는 사실 역시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진보와 보수, 호남과 영남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

 

· 문재인 최대 위협, 한국당

 

 바로 이같은 상황이 문재인 정부가 성공할 것이라는 낙관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초래한 총체적 위기는 문재인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주지만 한편으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는 효과도 있다. 박근혜 정부가 이 나라를 바닥으로 끌어내렸으니 앞으로 문재인 정부는 올라갈 일만 남은 것이고, 최소한의 국정 성과만 내도 박수를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도는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다. 사실 박 대통령이라는 반면교사가 있으니 박 대통령과 반대로 하기만 해도 박수 받을 것이고, 따라서 당분간 국정 추진 동력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문대통령의 소탈하고 소박한 태도, 탈권위주의, 경청의 리더십, 협치 의지도 성공에 긍정적 요소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기 좋은 여건만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기 침체, 외교 안보 불안을 박근혜 정부 탓으로만 돌리는데도 한계가 있다. 어느 시점에서는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 여소야대 정국도 적지 않은 난관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존재 만큼 문재인 정부를 위협하는 요소는 없다.


■ 홀로 대선 연장전 치르는 한국당

 

· 아직도 문재인 빨갱이라는 한국당


 자유한국당의 대선 구호는 ‘친북 좌파 집권 저지’였다. 한마디로 ‘문재인 빨갱이’는 대통령 부적격자라는 논리다. 이 황당한 선거전이 21세기가 한참 지난 시점 일부 층에서 먹혔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게 일시적으로 표를 모으기 위한 궁여지책이 아닌 것 같다는 점이다. 자유한국당은 선거가 끝나고 새 정부가 탄생했는데도 여전히 문재인 정부를 친북 좌파라고 믿고 공세를 취하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한 10일 이후 14일까지 낸 논평 14건 중 13건이 문재인 정부 비방과 비꼬기였다. 논평이든 원내대표 발언이든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발언을 하루도 거른 적이 없다. 그 논리도 대부분 ‘문재인 빨갱이’에 근거한 허무맹랑한 색깔론이었다.

 

 논평 제목만 봐도 한국당이 얼마나 특별한 당인지 보여준다. ‘체제 변혁을 위한 뜻을 담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던 세력을 경계한다’ ‘두렵다, 문재인 발 적폐청산의 서막을 올리는가’ ‘조국 민정 수석을 바라보면 왜 이리 걱정이 앞서는지’ ‘문재인 정부, 출발부터 이념논쟁으로 시작하지 마라’ ‘문 대통령은 대기업 옥죄기 공약을 추진 말고 재고하기 바란다.’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낸 논평의 제목들이다. 임종석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주사파 출신이라며 임명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임 실장이 개성공단지원법 제정에 참여한 것도 공(功)이 아니라, 북한청년 일자리 만들기를 한 과(過)라며 사상을 의심했다. 조국 교수의 민정수석 임명에 대해서는 사회주의 혁명 운동에 가담한 국가보안법 위반자라며 색깔론을 제기하고는 NL계와 PD계는 견원지간인데 NL계의 임종석 실장과 PD계의 조국 수석이 화합하여 대통령을 잘 보필할지 의문이라고 비아냥댔다. 한국당 스스로 자랑하듯 “민주당과는 이념과 철학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른 정당”임을 알 수 있다.

 

 올해 민주화 30년을 맞는다. 민주화 운동세력은 이미 집권도 하고, 국회에도 진출해 있다. 그런 운동권 출신은 여야에 모두 있다. 물론 자유한국당에도 있다. 이들은 이제 한국 정치의 중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운동권 출신이 공직 부적격자라고 주장하고 싶다면 한국당부터 솔선수범해서 내부 숙청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 한국당, 정신차려 대선 끝났어!


 한국당이 문 대통령, 이낙연 총리 지명자, 청와대 수석들을 비판하는 주요 논거로 내세우는 것 역시 대북관과 안보관이 불안하다는 것이다. 이는 대선전에서 문재인 후보를 상대로 공세를 폈던 내용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 640만 달러 수수 의혹 문제, SBS가 선거 전 보도했다가 사장과 보도본부장이 오보라며 사과까지 했던 문재인 후보와 해양수산부간 세월호 거래설 보도 문제도 다시 제기하며 왜 조사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이 역시 대선 때 홍준표 후보가 입이 닳도록 주장했던 것이다.

 

 유엔 북한인권 결의를 둘러싼 문재인·송민순 공방은 이미 해명됐음에도 왜 진상 규명을 하지 않느냐고 다시 공격했다. 이것도 대선 때 한국당이 집중 부각했던 문제다. 대선 이후 한국당의 공세는 새로운 것도 없고 새로운 논리도 없다. 대선 전 공세의 반복이다.

 

 자유한국당은 지금 대선전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대선이 끝난 줄 모르고 홀로 싸우고 있다. 태평양 전쟁이 끝난 줄 모르고 괌에서 28년간 숨어 살았다는 일본군 패잔병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 문재인 정부 실패 프로젝트 성공할까?

 

· 문재인 성공 대 문재인 실패 프로젝트


 지금 자유한국당은 시민들이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 성공 프로젝트’에 맞서 ‘문재인 정부 실패 프로젝트’에 총력을 쏟고 있다. 실패 프로젝트는 성공할까? 자유한국당은 실패 프로젝트를 실현시킬 힘이 있을까? 자유한국당은 107석의 제1야당이자 대선 성적표 24%로 국민의당을 누른 전통적 보수정당이자 견고한 지역기반을 갖추고 있는 정당이다. 의석수에서 민주당과 큰 차이가 없고 지지율이 높지는 않지만 무시당할 만큼 낮지도 않다.

 

 그러나 107, 24라는 숫자는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보수로 거듭나 민주당과 대안 경쟁을 할 유인을 제공하기에는 너무나 큰 숫자이다. 자기 혁신을 통해 과거를 청산하고 거듭나게 할 만큼 자극을 줄 만한 숫자도 아니다. 게다가 낡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해도 절대 지지해주는 공고한 세대와 지역 기반도 갖고 있다. 이렇게 아무리 망해도 언제든지 돌아가면 반겨주는 지역적 근거지 때문에 한국당은 전진하고자 하는 욕망을 거세당했다.

 

· TK에 갇힌 한국당


 그런 한국당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은 문재인 정부를 흔드는 것이다. 인사 청문회에서 후보를 색깔론으로 몰아붙이고 개혁 법안은 무조건 막고, 정부 정책을 결사반대하면 문재인 정부를 완전히 실패로 몰아가지 않더라도 성공하지 못하게 훼방 놓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흔들기가 곧 자유한국당의 승리는 아니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한국당은 특정 지역의 결속력을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 공세에 집중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한국당이 공세를 강화할수록 TK지역에서 박수를 받을 것이고 그 박수 소리에 고무돼 더욱 강력하게 몰아붙이기를 할 것이다.

 

 한국당은 TK 밖에서 존재감을 상실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강남 3구에서도 조차 문재인 후보에게 밀렸다. 그래서 한국당에는 평균적인 한국인의 목소리가 반영될 여지도, 합리적 사고가 스며들 틈도 없다. 그 때문에 오직 TK를 위해 TK만 생각하며 돌격 앞으로 내달리는 게 가능하다. 그런 한국당을 말릴 세력이 당내는 물론 지지세력 내에도 없다. TK라는 섬에 고립된 결과다. 이런 한국당은 결국, 한국인을 대표할 수 없게 되고 그로인해 고립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고립되고 정체된 세력은 시대정신을 의식한 행동을 하거나 시민의 의사를 묻고 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고 그럴 이유도 없을 것이다. 성에 갇혀 자폐증을 앓는 세력은 성 밖의 시민들에 관심이 없을 것이고, 성 밖의 시민 역시 스스로 성에 갇힌 세력에 관심이 없을 것이다.

 

· 한국당, 침 한번 쏘고 죽는 일벌되고 싶은가?


 한국당은 알아야 하다. 남을 위협할 수는 있지만, 자기 병을 치유할 수는 없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에 복수했다고 좋아할 때 자기 발등도 찍었다는 걸 알아야 한다. 한국당은 지금 문재인 정부를 망칠 능력은 충분하지만, 문재인 정부를 넘어 대안이 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문재인 정부를 건강하게 견제하고 한국당 자신도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온 몸을 던져 침을 한 번 쏘고 장렬하게 죽는 일벌로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으면 공격할 생각만 하지 말고 방어할 준비도 갖춰야 한다.

 

■ 이율 배반의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합리적이고 강한 야당의 모습을 통해 생산적인 국정 대안을 제시하고 여당과의 정책 경쟁에 승리해서 반드시 국민들게 다시 한번 수권능력을 인정받겠다”고 말했다. 이철우 사무총장은 더 진지한 성찰적 과제를 던졌다. “2040은 우리당에 대한 지지가 없다. 이들의 지지는 10%대이다. 앞으로 전당대회를 하면 청년들을 모셔서 당간판으로 만들어야 한다. 보수 우파만으로는 당이 존립하기는 힘들다. 중도로 더 나가야 한다. 대선 때 광주에 1%, 전남에서 2%, 전북에서 3%의 지지를 받았다. 역사상 있을 수 없는 지지율이다. 다음 전대 때 호남출신들을 우대해 최고위원으로 만드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친북좌파와의 전쟁에 매몰되어 있으면서도 말은 제대로 한 것이다. 정치인들이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잘한다는데 그걸 입증해 보였다. 젊은 층, 중도층, 호남의 지지를 얻고 싶다면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을 하고는 자책하는 모습은 <어린 왕자>의 이상한 어른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술을 먹는 자신이 부끄러워 술을 먹는다고 한다. 이 정치집단의 이율배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다.

 

 예전에는 자동차 타이어가 펑크 나면 계속 달리지 못해 멈춰서야 했다. 하지만 요즘 타이어가 좋아져 펑크 나도 웬만한 거리를 갈 수 있다. 별로 불편하지도 않다. 그러나 자기 타이어가 펑크난 걸 아는 운전자는 보통 타이어를 갈아 끼운다. 그런데 한국당이라는 운전자는 타이어 갈아 낄 생각도 않고 달리고 있다.

 

■ 대여투쟁의 구심력이 당내 계파 갈등의 원심력을 누를까

 

 한국당의 대여 투쟁은 문재인 실패를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당은 아직 박근혜 정권의 잔재를 청산도 하지 못한 채 친박계가 주류인 정당으로 남아 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도 손 대지 못한 이런 당으로 13명이 바른정당에서 복귀했다. 향후 당운영을 둘러싸고 당내 갈등 가능성이 크다. 바로 이 때문에 대여투쟁으로 눈길을 돌려 당내 분란을 가리려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언제까지 당내 모순을 누를 수 있을까? 언제까지 당내 분란과 대여투쟁의 두 바퀴를 굴리며 잘 갈 수 있을까?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TV프로그램이 학대를 당해 앞으로 걷지는 못한 채 제자리에서 한 쪽으로 빙빙 돌기만 하는 강아지를 다룬 적이 있다. 한국당도 자학을 한 나머지 오른쪽으로 만 맴도는 강아지 같다. 한국당, 자신감을 갖기 바란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아니,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 이대근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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