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영연구소 개소(2010년 3월 1일) 이후의 칼럼 및 인터뷰 모음입니다.

5·9 대선 ‘승자의 저주’ 안 걸리려면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2위 후보는 늘 막판에 1~2위가 뒤바뀌는 ‘골든 크로스’를 외쳤다. 그러나 후보등록 이후 ‘골든 크로스’는 한 번도 없었다.

 

 최근 여론조사는 대체로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격차가 벌어지는 흐름이다. 이대로 가면 19대 대통령은 문재인 후보가 된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좋든 싫든 그게 현실이다. 사람들의 관심은 선거 이후로 쏠리고 있다. 선거가 끝나면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까?

 

 어쩌면 5·9 대선에는 ‘승자의 저주’가 걸려 있는지도 모른다. 촛불혁명으로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높지만, 앞길은 캄캄하기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대통령 궐위에 의한 선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자에게 당선을 통보하는 순간 후보자의 신분은 대통령 당선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으로 바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없고 정권 인수 절차도 없다.

 

 새 대통령은 먼저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비롯한 핵심 참모들을 임명할 것이다. 이들과 함께 새 정부 출범을 위한 얼개와 로드맵을 짜야 한다. 하지만 당분간 국정은 황교안 국무총리, 그리고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한 장관들과 함께 꾸려갈 수밖에 없다. 국정 계획과 정부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기 위해서는 국무회의가 필요하다. 국무회의는 국무위원 자격을 갖춘 사람들로 구성해야 한다. ‘동거정부’가 불가피하다.

 

 새 대통령이 황교안 국무총리와 박근혜 정부 장관들의 협조를 구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다. ‘정파를 초월한 애국심’에 호소해야 한다.

 

 국회 사정도 만만치 않다. 누가 되든 여소야대다. 다른 정당의 도움 없이는 새 국무총리를 임명할 수 없다. 정부조직법을 개정할 수 없다. 대통령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새 대통령은 당선 직후 국정 운영의 제1원칙으로 ‘대통합’을 천명해야 한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주장했던 ‘대연정’의 자세로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

 

 한반도 안보위기는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잘못 대처하면 우리의 운명을 미국이나 중국이 좌우하게 된다. 경제위기는 그 바닥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 가계부채와 부실기업의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 안보위기와 경제위기를 넘는 데 여당과 야당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여기서 주저앉는다. 그래서다. 새 대통령은 여당과 야당을 모두 국정의 파트너로 끌어들여야 한다. 야당도 협조해야 한다.

 

 문재인 후보가 적폐청산 대신 통합을 외치는 것은 당선 이후를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후보들도 네거티브가 아니라 포지티브로 경쟁해야 한다. 그게 더 효과적이고 후유증도 줄일 수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개 취임사에서 통합의 정치를 강조했다. 권력 기반이 취약한 대통령일수록 표현이 절절했다.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선거에서 패배한 소수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또 그를 보호하는 데 더욱 의의가 있는 것입니다. 선거에서 승리한 집권당이 평면적 종다수 의결 방식을 근거로 만능·우월 의식에서 독선과 횡포를 자행하며 소수의 의사를 유린할 때, 이 나라 민주주의 전도에는 또 다른 비극의 씨가 배태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본인과 새 정부는 정치적 행동양식에 있어서 보다 높은 윤리규범을 정립하여 극렬한 증오감과 극단적 대립의식을 불식하고, 여야의 협조를 통해 의정의 질서와 헌정의 상궤를 바로잡을 것이며, 유혈보복으로 점철된 역사적 악유산을 청산하고 평화적 정권 교체를 위한 복수정당의 발랄한 경쟁과 신사적 정책대결의 정치풍토 조성에 선도적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잘 믿어지지 않지만 1963년 12월17일 박정희 대통령 취임사 내용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취임사와 정반대로 독재를 자행했다. 야당을 탄압하고 말살했다.

 

 5월9일 선출되는 새 대통령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국회의 다수당인 야당 여러분에게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오늘의 난국은 여러분의 협력 없이는 결코 극복할 수 없습니다. 저도 모든 것을 여러분과 같이 상의하겠습니다. 나라가 벼랑 끝에 서 있는 금년 1년만이라도 저를 도와주셔야 하겠습니다.”

 

 외환위기 와중에 대통령에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사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김대중 정부 출범의 첫 단추인 김종필 국무총리 임명동의부터 발목을 잡았다. 새 야당은 어떨까?

 

/ 성한용 정치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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