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영연구소 개소(2010년 3월 1일) 이후의 칼럼 및 인터뷰 모음입니다.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서 대선 치르는 프랑스…‘견제와 경고’ 나선 유럽

 

 

 이번주 프랑스 대선이 공식 선거 캠페인 기간에 돌입했지만 4강 구도로 불확실성이 오히려 커졌다. 최근의 여론조사는 극우 민족전선(FN)의 마린 르펜과 중도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지지율 23~24%로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중도 우파 프랑수아 피용과 극좌 성향의 장 뤼크 멜랑숑이 17~18%의 지지율로 뒤쫓는 모습이다. 부동층이 많아, 누가 결선에 진출할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이번 대선의 커다란 특징은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르펜은 가장 안정적이고 확고한 지지층을 확보해 결선에 진출할 가능성이 제일 높다. 피용은 공무원을 50만명 줄이고 주당 노동시간을 현재 35시간에서 39시간으로 늘리는 공약을 내놓는 등 신자유주의적 경쟁력 확보에 가장 적극적인 후보다. 마크롱 역시 로스차일드 은행에서 근무한 시장친화적 후보이며 기본적으로 연대보다는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개혁을 지향한다.


 주요 후보 중 좌파 프로그램을 내놓은 사람은 멜랑숑뿐이다. 그는 노동시간을 오히려 32시간으로 줄여 일자리를 나누고 국가가 실업자 일부를 최저임금으로 1년간 채용한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은 로봇에 세금을 매겨 월 750유로(약 90만원)의 보편적 기초소득을 나눠주겠다는 공약을 냈다. 아몽의 지지율은 10% 수준이다. 사회당의 전통적 지지층 다수가 마크롱을 지지한다는 조사는 기존 좌파가 위축되고 프랑스 국민이 오른쪽으로의 변화를 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프랑스 정치·경제가 왼쪽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프랑스는 세계에서 독보적으로 노동친화적이다. 의료나 실업수당, 연금제도 등은 여전히 매우 관대하다. 공공지출은 ‘복지천국’으로 불리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보다 높은 국내총생산(GDP)의 57% 수준이다.

 
 영국은 1980년대에 마거릿 대처가, 독일은 2000년대에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신자유주의 개혁을 추진했다. 반면 프랑스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구조조정과 개혁을 추진하지 못했고 그 결과 높은 실업률(10%), 재정적자와 국채 누적, 낮은 성장률로 경쟁에서 밀리게 됐다. 2007년 당선된 니콜라 사르코지가 개혁을 추진하려 했으나 글로벌 경제위기로 기회를 놓쳤다. 2012년 취임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 부자들에 대한 75% 소득세를 추진했으나 위헌 판결을 받아 실패했고 임기 후반에는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실망을 안겼다.

 

 유럽은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적인 정치·경제 노선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독일의 경제개혁 뒤 프랑스가 지속적으로 독일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 이유다.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비슷한 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다시 확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립과 폐쇄의 방향을 택해 경쟁을 피하는 것이다.


 과거 대처나 슈뢰더의 선택은 경쟁력 확보 전략이고 영국의 브렉시트 선택이나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전형적인 고립과 폐쇄의 길이다. 개혁은 정치적으로 커다란 부담이지만 고립은 “주권을 다시 찾는다”는 수사로 포장돼 인기를 끈다. 선거에서 이기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현실적인 대안이라 하기는 어렵다. 더 커다란 빈곤과 실업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프랑스 대선은 마크롱이나 피용의 경쟁력 전략과 르펜과 멜랑숑의 고립주의 전략이 대립하는 구도다. 르펜은 유로존에서 탈퇴해 보호주의로 번영을 찾자고 한다. 멜랑숑도 세계화에 반대하며 “프랑스는 굴복하지 않는다”는 구호를 내세웠다. 극우와 극좌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지자 주변국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베를린과 브뤼셀에서는 가장 친유럽적인 마크롱의 당선을 기원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프랑스 대선에서 사르코지를 지원했던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번에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마크롱, 피용, 아몽을 모두 만났다. 영국의 테레사 메이 총리도 런던에서 마크롱을 만났다. 하지만 두 정상 모두 르펜과의 만남은 거부했다. 극우 민족주의에 대한 견제와 경고의 제스처다.


/ 조홍식 숭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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