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영연구소 개소(2010년 3월 1일) 이후의 칼럼 및 인터뷰 모음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왜 흔들렸나?



 문재인 정부는 왜 흔들렸나?


■ 처음 제동 걸린 문재인 정부


안경환 낙마로 호기 맞은 야당


 문재인 정부의 개혁 행진에 제동이 단단히 걸렸다. 안경환 법무장관 내정자의 낙마로 문재인 정부를 공격할 명분을 얻은 야당은 기회를 놓칠세라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가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김상곤 교육 부총리 내정자와 조대엽 노동부장관 내정자를 사퇴시키라고 몰아치고 있다. 그동안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던 야당이다. 안경환 낙마는 야당에게 이같이 불리한 여론을 극복하고 국면을 전환할 호기다. 나아가 문재인정부와의 전선을 확대할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장관 인선 문제로 형성된 문재인 정부와 야당 간의 전선은 특별한 상황변화가 없는 한 야당이 이미 반대해 온 정부조직 개편안, 일자리 추경 문제로 옮겨갈 것이다.


 문대통령의 높은 인기, 민주당의 압도적 지지율,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3당의 바닥권 지지율을 고려하면 야당의 거센 공세는 얼핏 무모해 보인다. 그러나 이건 예상치 못한 일이 아니다. 5월 17일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과 국민의나라위원회가 작성한 <신 정부의 국정 환경과 국정운영 방향-신 정부 성공을 위한 제언>의 6쪽에 이런 내용이 있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야당들은 대선 패배 이후 책임론과 당 재편의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고, 이를 돌파하는 방법으로 인사청문회, 핵심 개혁과제 입법 과정 등에서 협력적 자세보다는 차별성을 보이는 자세를 견지할 수 있음.’


 민주당의 불길한 예측대로 야당은 인사청문회 초기부터 새 정부에 공세를 취했고, 안경환 낙마를 계기로 야3당이 결속하면서 힘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 인사 실패에서 주목할 것은 문재인정부의 인사 검증 능력이 아니다. 어느 정부든 항상 완벽한 인물을 찾고, 항상 완전한 인사 검증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생활과 관련된 문제에서 당사자가 고백하지 않으면 찾아내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인사 실수나 실패는 있기 마련이다. 국정 성과도 마찬가지다. 박수 받을 일도 있을 것이고 비판받을 일도 있을 것이다. 이번 인사 실패로 국정이 크게 타격받지는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시민의 기대와 믿음은 흔들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든지 극복 가능한 도전이다.


 국정 안정 기반이 없다


 문제는 이런 위기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반복될 가능성, 구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향후 실패와 비판에도 국정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안정적 토대를 구축하고 있느냐 하는 질문으로 대체할 수 있다. 국정 기반은 튼튼한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국정 방향도 옳고, 국정 개혁성과도 내고 시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임에도 실패 한 두 번 했다고 국정 동력을 잃는 일을 피할 수 있는가?


 문재인 정부가 현재 당면한 최대의 과제는 두말할 것도 없이 여소야대의 문제이다. 야당이 반대하면 국회에서 쟁점법안 하나도 통과할 수 없다. 개혁 입법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문재인 정부는 여야간 협치로 여소야대를 극복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내각 구성과정에서 드러났지만 여야간 협치는 보이지 않는다. 협치는 어떻게 된 것인가?


■ 여소 야대의 현실 드러낸 인사청문회


 야당의 불만 왜?


 문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야당 대표를 만나 항상 국정을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전군 지휘관 회의 할 때도 야당의원을 초청했고, 한·미정상회담 때 야당의원을 참여시키기로 했다.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났고, 여야정협의체 구성도 제의했다. 문대통령은 야당 대표를 열심히 만나고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의 반응은 차갑다. 정부 행사에 초청받고 정부 정책을 설명 듣는 것 이상을 원하고 있다. 가령 주요 정책에 대해 정부 및 여당과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는 것이다. 야당은 문대통령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정부조직법 개편, 추경안도 일방통보 받았다고 한다. 야당은 이제 문대통령도 박근혜 대통령과 다를 바 없이 독선, 독주한다고 비판하는 수준으로까지 나아갔다. 지금 여야는 서로 상대가 협치를 하지 않는다고 연일 비난전을 하고 있다. 협치 없는 협치 담론만 허공을 맴돌고 있다.


 문대통령의 야당 비판, 그리고 연기처럼 사라진 협치


 야당의 공세를 참지 못한 문대통령이 세 번째 야당의 태도를 직접 비판한 것은 협치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잘 보여준다. 문대통령은 5월 29일 이렇게 말했다.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늦어지고, 또 정치화되면서 한시라도 빨리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고자 했던 저의 노력이 허탈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6월 8일 다시 야당을 비판을 했다. “반대를 넘어서서 대통령이 그를 임명하면 더 이상 협치는 없다거나 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까지 말하며 압박하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장관 등 그 밖의 정부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국회가 정해진 기간 안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6월 18일에는 “생각이 다르다고 전쟁을 벌이는 것처럼 하는 건 온당치 않다”고 했다.


 대통령의 비판에 야당은 대통령을 직접 공격할 기회로 삼았고 여야갈등은 심화됐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과거 어느 때 보다 협치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정작 과거 보다 더 대결적 상황이 초래되는 역설이 펼쳐지고 있다.


 여야 협치 대신 야야 협치?


 야당이 인사 검증의 칼자루를 쥐는 인사 청문회의 특성상, 그리고 아직 대선 패배 후유증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야당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힘을 과시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일이다. 대통령으로서도 내각 구성을 지체시키고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야당의 지나친 공세를 원망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협치의 대상이라고 했던 야당을 대통령이 직접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일은 피하는 게 좋았다. 문대통령의 야당 비판은 여야 관계를 갈등 상황으로 확정하는 규정력을 발휘해 향후 여야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 그 이후 여야 협치는 사라지고 대신 야당간 협치의 국면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은 결코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문재인정부의 낙관 속에 감춰진 불안들


 돌아선 국민의당


 이젠 극우성향으로 돌아서서 반대를 위한 반대에 목숨을 걸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상수로 쳐야 한다. 그러면 국민의당은? 요즘 여소야대 정국의 현실을 실감할 수 있게 해주는 존재가 바로 국민의당이다. 국민의당의 행보에서 주목할 만한 날은 6월 13일이다. 이날 국민의당은 자유한국당, 바른정당과 함께 3당 정책위의장 회의를 열어 새 정부의 일자리 추경안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이는 야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표명하고, 3당 대 문재인 정부 대립 구도를 구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의당은 더 이상 문재인 정부의 잠재적 협력자가 아니라 경쟁자, 반대세력임을 천명한 것이기도 하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강경화 외교장관 임명 강행 방침에 대해 “새로운 적페” “신 국정농단”이라는 극단적 용어로 문대통령을 공격했다. 적대세력에게나 할 수 있는 저주의 언어다. 자유한국당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새 정부와 일부 지지자가 겹치는 국민의당이 인사 문제로 이렇게까지 새 정부를 몰아붙이는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 정당 지지율 한 자리수를 벗어나지 못하는 국민의당이 미래가 없는 길로 가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이런 행로는 국민의당 자신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앞날도 위협한다.


 그렇지 않아도 자유한국당으로 기우는 국민의당이다. 그런데 자꾸 그 쪽으로 더 밀어내는 일은 피해야 한다.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국민의당을 무조건 민주당쪽으로 끌어와야 한다. 앞으로도 국민의당이 야당으로의 정체성을 견지하고 야3당간 결속을 강화하며 반 문재인 연합세력을 구축한다고 생각해 보라. 민주당 단독 정부의 전도는 험난해질 것이다.


 국민통합정부의 전도


 그러나 문대통령은 국민의당을 붙잡는데 그리 열성적이지 않다. 이는 문대통령이 주창한 ‘국민통합정부’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국민통합정부’는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민주당이 홀로 책임지는 민주당 책임정부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문대통령이 5년 내내 높은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이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지지는 등락이 있기 마련이고 임기 후반으로 가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지지율의 하락은 불가피하다. 국민의 지지를 유일한 국정 동력으로 삼는 일은 피해야 한다. 설사 높은 지지를 유지한다 해도 야당을 여론의 압박만으로 정부에 협력하도록 강제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적어도 2020년 21대 총선까지는 그렇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국민의당이 처음부터 자유한국당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국민의당은 문재인정부 출범 때 민주당과 당대당의 정책협약, 연정협약을 주장했다. 문재인정부의 연합정부 파트너가 되겠다는 의사를 반복해서 표출했다. 그러나 공허한 메아리였다. 문대통령과 민주당은 국민의당에 손을 내밀지 않았다.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인사 청문회부터 해야 했으니 그럴 겨를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연정구성을 위한 막후 협의라도 했더라면 이 정도 대결 상태로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다. 연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연정에 준하는 협력적 관계를 맺기로 의견을 교환했어도 초기부터 이 정도의 대립 구도가 형성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 연정 혹은 협치에 대한 문대통령의 인식


 문후보의 여소야대 극복 방안


 문재인 대통령은 연정 혹은 협치를 어떻게 인식했을까? 문대통령의 연정에 대한 입장은 대선 초기에는 모호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대세가 공고해질수록 분명해졌다.


 2월 민주당내 경선에서 안희정 후보의 대연정 논란이 한창일 때 그는 이런 질문을 받았다. ‘집권 시 어떻게 여소야대를 극복할 것인가.’ “저는 다음 정부가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여당이고, 나머지 정당은 다 야당인 이런 구도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형식이든 여소야대 극복을 위한 정당 간 연대를 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연대의 방식은 여전히 모호했다. “적폐청산, 국가 대개조에 찬성하는 세력이라면 모든 정치세력과 함께할 수 있다. 그것으로 여소야대 국면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당시 분위기상 문후보 발언의 뉘앙스는 별로 부각되지 않았다. 대연정 찬반 논쟁에서 문후보는 대연정 반대 입장이므로 막연히 소연정 찬성일 것으로 인식되었다. 대연정이 자유한국당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소연정은 탄핵 반대와 촛불민심을 대변하는 국민의당, 정의당을 대상으로 한 것을 말한다. 그러나 문후보가 소연정하겠다고 분명히 말한 적은 없었다. “함께 하겠다” “여소야대 국면을 해소하겠다”고 했을 뿐이다. 그러다 문재인-안철수간 치열한 경쟁을 하던 4월 중하순 쯤 국민의당과 연립정부 구상을 접고, 집권 초기 구상도 법 개정에 지나치게 힘을 소모하지 않고 기존 규정이나 시행령으로 할 수 있는 길을 찾자는 쪽으로 바뀌었다.


 권력 나눠야 한다면서 연정은 피한 민주당


 그러면 어떻게 여소야대를 극복할 수 있을까? 대선이 막바지에 이르러서도 민주당은 그 어떻게를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했다. 4월 27일 민주당 통합정부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변재일 의원은 ‘통합 정부, 무엇을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통합은 국민의 힘을 하나로 합치는 것. 역설적으로 국민의 힘을 합치기 위해서는 권력을 나눠야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정권심판론을 통해 미래권력을 갖고자 하는 쪽에 권력을 나눠주어야만 통합과 협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만일 ‘나누지 않으면 승자의 저주 작동(1년, 3년 뒤 선거)’이라고 발표문에 명시했다. 권력을 나누자면 정당간 연합 즉, 연정 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당간 연합이 아닌,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한 협조를 이끌어내는 입법연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입법연대란 민주당이 제출한 법안을 다른 당이 지지해주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다른 당이 왜 민주당을 지지해줘야 하는지, 어떻게 다른 당의 지지와 협력을 유도할지에 대해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권력을 나눠야 한다면서도 정당간 연합은 안한다는 모순적인 주장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모순은 다음과 같은 문후보의 발언으로 해소된다.


 4월 27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문후보는 발언한 내용이다.


 “자꾸 이제 연정 이야기도 나오고 그렇게 되는데요, 저는 통합은 정치 세력간에 손잡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통합의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분열의 정치 끝내고 국민들간의 대통합 이루자는 것이 통합정부입니다. 통합도 저는 국민통합이지 정치권들이 만나서 밥 먹는 게 통합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후보는 연정을 정치인들간의 야합과 같은 행위, 즉 정치공학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게다가 문후보는 연정을 “정치권들이 만나서 밥 먹는 것”이라며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문후보는 또 다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기본적으로 우리 민주당 정부가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가급적 우리 힘으로 할 겁니다. 그게 자꾸 연정이니 공학적인 이야기가 많이 오갔는데, 아마 여소야대가 될 거라고 하는 것 때문에 언론이 자꾸 관심 가지고 토론회 할 때 마다 자꾸 지속적인 질문들을 하는데요. 나는 그게 별로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민주당, 문대통령 소신 때문에 연정 포기했나


 이 상황은 이렇게 해석해 볼 수 있다. 민주당은 여소야대 극복을 위해 연정이 필요다고 인식하지만, 문후보는 연정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고 민 주당 독자 정부 소신이 뚜렷하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문후보의 소신을 고려해서 연정에 대해 모호하고 어정쩡한 입장을 유지했던 것일지 모른다.


 현재 시점에서 문대통령의 국정 구상은 분명하다. 새 정부 초기는 민주당 단독 정부로 운영하면서 개혁입법을 최소화하고 대통령 명령이나 시행령으로 개혁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개혁하는 것이다. 지방선거 이후는 선거 결과에 따라 방향을 잡아야겠지만, 필요할 경우 국민의당과 통합하든 연정을 하든 가능성은 열어두는 것이다.


 문대통령은 4월 27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국민 통합을 정치세력간의 연정이나 이거 하는 그것은 나중 문제이고, 그에 앞서서 대통령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내각의 구성, 정부의 구성, 이것을 대통합에 정신으로 그렇게 구성해서 그야말로 통합정부, 대한민국 드림팀 정부를 구성하고 싶습니다.” 문대통령은 다른 자리에서 이런 말도 했다. “나중에 상황이 어려워지면 그렇게(연정)갈지 몰라도. 우리 책임 하에 문재인 책임으로 민주당의 책임으로 이끄는 거고 국민들을 상대로 해나가는 것이죠.”


문대통령의 구상대로 새 정부 초기 출범은 성공적이지만 야당들이 서로 결속하면서 형성된 힘이 민주당 책임 국정을 흔들고 있다.


■ 잡종·혼종의 정치를


 정치공학, 연정, 협치


 문대통령에게는 스스로 원칙과 명분을 세우면 물러서지 않고 타협하지 않는 결기가 있다. 그게 오늘의 문재인을 가능케 한 덕목일 것이다. 대선 때만 해도 문대통령이 과연 잘할까 하는 의문이 있었지만, 그의 신념에 찬 국정 개혁으로 말끔히 씻어냈다. 문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는 그의 원칙과 신념 못지않게 실제 개혁을 이루어내는 능력에 의해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사실 정치는 시민이 위임한 일을 얼마나 잘 해냈는가 하는 책임윤리에 의해 평가받는다. 시민이 위임한 개혁을 성공하기 위해 야당, 그 것도 한 때 같은 정당이었던 야당과 연정을 하거나 연정 수준의 협력을 하는 것 역시 책임윤리를 실천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대통령은 연정을 정치공학적인 것으로 인식한다. 막스 베버는 ‘정치란 악마의 권력수단으로 천사의 대의를 이루어가는 것’ ‘악마적 힘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했다. 국정개혁을 위해 ‘성공의 공학’을 배우고 실천하는 일을 꺼릴 이유가 없다.


 도덕주의의 역공


 문대통령에게는 도덕성을 강점으로 활용할 여지가 많다. 그러나 문대통령이 인사 청문회에서 도덕성을 강조하는 공직 배제 5대 원칙을 제시하자 그 것이 야당에 의해 공격의 도구로 활용하면서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약점으로 변했다. 도덕성, 진정성의 정치는 시민을 감동시키고 지지를 조직하는데 유용하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력과 더 해져야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문대통령은 겸손하지만 스스로 정한 원칙과 정의 관념이 강해 좀처럼 타협하지 않는 편이다. 선과 옳다는 분별력이 중요하지만, 그걸 구현해내는 결과도 역시 중요하다. 그러자면 국회와 야당이라는 현실적 제도와 한계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민주적 과정이란 국회와 대통령이 경쟁하고 협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 야당은 쓸모가 있다


 국민만 믿고 가는 길의 한계


 벌써 대통령이 초청하는 정당 원내 대표 모임에 한국당이 참석하지 않는다. 여야정협의체도 무산됐다. 야당 스스로 체계적, 제도적으로 국정에 참여하기를 포기한 것이다. 야당은 충분히 비판받을만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러자면 야당에게 돌아갈 이익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그런 유인이 없다. 민주당이 말한 ‘권력나누기’가 없다.


 ‘국민만 믿고 가겠다’는 자세는 올바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언명에는 위험 요소가 있다. 아무리 시민의 지지가 있다 해도 국회와 야당이라는 제도들을 거치며 공고한 지지로 전환되어야 비로소 진정한 힘이 되기 때문이다. 최소한 국민의당과 연대를 구축해야 국정 안정이 가능하다. 이것은 명백한 정치적 현실이다. 이걸 우회할 방법은 없다.


국민의당과 연정, 늦지 않았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6월 16일 광주에서 이렇게 말했다. “(새정부가) 잘하는데 국민의당에서 못한다고 하면 안 된다.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과 바른정당까지 186석을 꽉 묶어 법과 제도를 개혁하자” 

 김동철 원내대표도 6월 16일 광주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다당제는 시대적 가치다. 절대로 민주당과의 통합은 없다. 연정은 당 대 당 정책 협약과 공동 내각을 구성하는 독일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최소한 한 달 이상의 협의가 필요하다. 정국의 안정을 가져오는 이러한 연정에는 찬성한다. 하지만 현재의 여권은 높은 지지율에 취해 120석의 의석과 41% 대선 지지율에 불과한 현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연정에 최소한의 의지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민주당 침묵을 깨라! 


 이는 아직 연정 수준의 협력이 완전히 물 건너가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문재인 정부 성공의 핵심 요인은 야당과의 협력에 있다는 사실은 민주당도 잘 알고 있다. 민주연구원과 국민의나라위원회의 <제안>에서도 ‘개혁의지를 중심으로 일부 야당과의 협력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하는 것은 필수’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국민의당과 민주당의 거리가 시간이 갈수록 멀어지는데도 민주당은 방치하고 있다. 민주당은 알고 있는 게 분명하지만, 말하지 않고 있다. 문대통령과 청와대가 정국을 주도하는 게 현재 불가피 하다 해도 요즘 민주당이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의 존재감이 없다. ‘연정 없는 불안’이 확산되기 전에 나서야 한다. 민주당은 왜 침묵하고 있는가? 


/ 이대근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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