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영연구소 개소(2010년 3월 1일) 이후의 칼럼 및 인터뷰 모음입니다.

북핵 문제 해결의 입구로 들어가려면

 


 촛불이 대통령을 바꿨다. 박근혜씨의 탄핵 결정이 첫 번째 고비였다면 이제 막 두 번째 고비를 넘었다.

 

잠깐 한숨을 돌린 안보 위기와 경제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북한의 핵전략은 정확히 ‘상호 확증 파괴(MAD:Mutual Assured Destruction)’를 따르고 있다. 냉전 시대 강대국의 행동 원리를 이론화했다는 미어샤이머 유의 공격적 현실주의나 셸링의 게임이론은 오히려 북한의 행동, 벼랑 끝 전술을 정확히 묘사해준다. 북한의 행동은 순수하게 안보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당 안에 모든 정치행위를(심지어 경제도) 흡수했고, 또한 주체사상이라는 이데올로기가 거의 완벽하게 이런 통제 시스템을 합리화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훨씬 더 숫자도 많고 강력한 중국의 핵무기는 걱정하지 않는 것일까? 미국의 핵무기는? 그들이 우리를 공격할 이유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국제 규범이나 경제적 이해관계, 국내 정치 등이 관련되어 있다. 이런 사고를 경제 쪽으로만 단순화하면 페리 전 국방장관이 주창하는 ‘상호 확증 경제파괴(MAED:Mutual Assured Economic Destruction)’가 된다. 잃어버릴 게 많으면 서로 공격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중국과 미국이 으르렁거리면서도 쉽게 보복하지 못하는 이유다. MAD와 MAED, 이 둘은 어떤 관계일까?

 

트럼프에게 사드는 ‘목표’ 아닌 ‘협상의 지렛대’

 

 그동안의 역사를 보나 북한의 요구를 보나 북핵 문제 해결의 입구로 들어가려면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북핵 동결을 교환해야 한다. 출구는 일단 한반도 비핵화일 텐데, 그 조건은 평화협정 체결 등 북한이 안보 위험을 걱정하지 않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여기까지 어떻게 이를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이 과정을 주도해야 한다. 이미 훌륭한 사례가 있다. 한반도 평화의 모범적 사례로 일컫는 ‘페리 프로세스’는 기실 ‘임동원 프로세스’였다. 하지만 이제 그 내용은 한층 발전해야 한다. 원칙부터 말하자면 일단 입구에 들어선 뒤엔 ‘최대의 압박 그리고 관여’가 아니라 ‘최대의 혜택 그리고 관여’여야 한다. 그 혜택은 국제적이어야 한다. 북핵을 돌이키지 못하게 하는 것은 국제관계의 과실이지, 경제제재가 아니다. 말하자면 국제판 햇볕정책이다.

 

 입구에 이르는 첫 단추는 사드 배치의 철회 또는 축소(북한 지역만 감시하는 레이더로 교체)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 목표는 되도록 이른 시점에 협상을 시작해서 미국 내외의 각종 비판을 잠재우는 것이고, 사드 배치는 오바마 정부의 결정이다. 트럼프에게 사드는 협상의 지렛대이지 목표가 아니다.

 

 사드 배치의 철회나 축소는 중국에게는 크나큰 선물이다. 중국은 그 비용을 기꺼이 치르려 할 것이다. 우리는 바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활용해 북한의 철도와 도로망을 현대화하고, 나아가 송유관과 가스관 그리고 통신망을 까는 프로젝트를 제안할 수 있다. 물론 현재 상태로 북한은 어떠한 국제기구에도 가입할 수 없지만 중국과 한국, 러시아와 아세안(ASEAN) 국가들 합의한다면 AIIB에는 가입할 수 있다. 북한의 국제관계가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다. 트럼프 역시 북핵 해결의 비용을 중국 주도의 AIIB가 대는 것이니 반대할 이유가 없고, 무엇보다도 한국 내부의 ‘퍼주기’라는 비판도 설 자리가 없어진다.


 AIIB 가입과 북한 인프라 개발에 따른 북핵 해체의 진행 정도에 맞춰 북·일 관계 정상화와 경협 자금(전쟁배상금)도 동원할 수 있다. 비핵화의 출구에는 북·미 관계 정상화가 있을 테고, 이후에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지원이 기다릴 것이다.

 

 한국이나 북한 모두 중국과 미국 사이에 끼어 있다. 외따로 떨어지면 아무리 동맹을 맺는다 해도 연루와 방치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아세안의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냉전 시대의 ‘제3세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국과 미국이 이들 나라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둘 사이의 완충지대에 구애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통일과 관련한 장기 목표도 새롭게 세워야 한다. 예컨대 남북이 모두 북유럽 복지국가 체제를 목표로 각각 개혁에 나선다면 언젠가는 훨씬 편하게 통일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 정태인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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